나의 부모님이 결혼했을 때는 택시를 타고 국내 무슨 산으로 신혼여행을 갔다고 한다. 택시 기사님이 하루종일 신혼부부를 데리고 다니면서 사진 기사 노릇까지 해주었는데, 젊은 얼굴의 아빠가 정장을 입고 왜인지 나무 위에 올라가서 포즈를 취한 사진이 아직도 우리집 앨범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부모님 세대 이후로 해외여행의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 이제는 신혼여행을 국내로 간다고 하면 특별한 사정이라도 있는지 으레 궁금해진다.
신혼여행은 해외로 간다는 불문율을 깬 건 코로나라는 변수였다. 해외로 가는 하늘길이 막히고 신혼부부들의 유일한 선택지는 국내여행 뿐이었다. 나의 결혼은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기 이전으로, 다만 코로나의 위력이 약해지고 있어 그에 따른 경계도 느슨해진 무렵이었기에 신혼여행을 국내로 갈지 해외로 갈지는 온전히 신혼부부의 선택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몰디브나 유럽 등 다시 해외로 신혼 여행을 가기 시작했지만, 나와 남편은 별 이견없이 제주도로 향했다.
집순이, 집돌이인 우리 두 사람은 장거리 비행에 쉽게 지치기도 하고 결혼식이 끝나면 뒹굴뒹굴 여유부리면서 쉬고만 싶었기 때문이다. 비싼 값을 지불하고 가는 여행일수록 뽕을 뽑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겨나는 탓에, 해외로 가면 이것저것 보러 다니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 같았다. 여행의 목적으로 보건대 제주도가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6월 초의 제주도는 생각보다 선선한 날씨였다. 렌트카를 끌고 어디든 찾아 다니면서 맛집에 줄서서 음식을 먹기도 하고, 발 닿는대로 걸어보기도 하고, 금오름에서 세찬 바람을 맞기도 하고, 사진 찍어주기를 좋아하는 남편의 모델이 되어 보기도 하고, 숙소에서 마냥 뒹굴뒹굴 하기도 하고, 동네 커피집에서 반나절을 보내기도 하고, 우도에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이제 막 한 가족이 된 둘이서 해보는 모든 것이 즐거워서,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식빵에 잼 발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먹는 것만으로도 넘치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동 시간이 짧고 널널한 여행을 선호하는 부부라면 나는 신혼여행지로 여전히 제주도를 추천하고 싶다.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날의 사진들을 이따금씩 꺼내어 추억해본다. 나중에 나의 자녀도 앨범 한 켠에 있는 젊은 얼굴의 엄마, 아빠 사진을 보겠지. 그러면 나는 옆에서 이렇게 말해줘야지.
"엄마 아빠 때는 말이야~ 신혼여행지로 제주도가 유행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