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우리
INFP 아내와 INTJ 남편
남편과 나는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사실 이목구비를 뜯어보면 닮은 점이 없는데도 그렇다.
무쌍에 동글동글한 얼굴인 나와 쌍꺼풀이 있고 코가 높은 남편의 얼굴은 다르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닮았다고 표현하는건, 남편과 나의 분위기가 비슷해서일 것이다. 둘다 차분하고 독립적이며 조용한 점이 매우 닮았다.
차분하고 독립적이며 조용한 두 사람의 신혼집을 들여다 보면 어떨까?
일단 기본적으로 집돌이, 집순이이기 때문에 거의 집에 있는 편이다. 이 둘은 함께 집에 있으면서 각자 할 일을 한다. 남편은 주로 거실에 있는 넓은 책상 위에서, 나는 주로 소파나 침대 위에서. 그러다가 교육이나 시사 이야기를 화두로 삼아 이야기를 시작하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이어진다. 대화를 하면서 그는 참으로 분석적이고 냉철하다는 것을, 나는 참으로 이상적이고 감성적이라는 것을 느낀다.
생활 방식의 차이는 더 크다. 옷장에 가지런히 옷을 걸어놓거나 물건을 제자리에 둬야하는 등 보이는 것들을 잘 정리정돈 하는 그와 달리, 나는 침구의 청결이나 변기의 세균 등 보이지 않는 것들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아니다 싶은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고 시정하는 그와,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나이기에 서로 간극을 느끼기도 한다. 상황을 바라볼 때 맞고 틀린 정답이 있다고 보는 그의 이과적인 사고방식과, 각자 어떤 가치에 더 중점을 두느냐에 따른 다양한 스펙트럼이라고 보는 나의 문과적인 사고방식의 차이이기도 하다.
사고방식의 간극이 곧바로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지만, 대체적으로 내가 서운함을 표현하면서 우리 두 사람의 차이가 가시화 되곤 한다. 애초에 사고방식이 다른 두 사람이니 나의 서운함을 목도한 남편은 당황스러워 한다.
'그것이 왜 서운한가?'하는 궁금증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지만 동시에 어떻게 말해야 나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지를 고민한다. 나는 그에게 왜 서운한지에 대해 최대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 그러면 그에게는 또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이것은 내가 공감할 수 없어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또 이런 상황이 생기면 이러저러하게 말(행동)해줬으면 좋겠어."
라고 나의 바람을 명확히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 그는 정확한 입력값이 있으면 정확한 출력값을 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우스갯소리로 아무래도 내가 로봇과 결혼한 것 같다면서, 그의 전원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 찾곤 한다.
서로 달라 공감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있지만, 달라서 덕을 볼 때도 많다. 서로 포지션이 다른 캐릭터들이 한팀을 이뤄 퀘스트를 깨듯이, 어떤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한 가지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야 해결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가 보지 못하는 면을 내가 보고, 내가 보지 못하는 면을 그는 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만 해도 안방에 있는 모기를 잡을 때 시력이 좋은 내가 보고, 순발력이 좋은 그가 잡지 않았나. 환상의 호흡이다.
그와 내가 달라서 역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