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오지 마을의 청년들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올초 일주일간 방문한 곳이기에 그곳에 인연과 애정이 깊어 한국어 교육에 어떤 도움이든 주고 싶었다. 이쪽에서 교재와 강의를 제공해 주면 그쪽에서 수강하고, 기본 회화 단계부터는 온라인으로 진도를 체크하고 소통하는 한국인 튜터도 붙여줄 계획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필리핀 현지인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진행되는 한국어 강의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현지의 인터넷 환경과 저작권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인터넷이 빠른 한국에서는 열리지만 인터넷이 느린 필리핀 현지에서는 동영상 재생이 안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가 직접 한국어 강의를 찍어서, 인터넷 속도가 느린 곳에서도 재생이 되게끔 만들어 전달해야 했다. 영어로 한국어 강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물색하였으나 쉽지 않아 내가 하게 되었다. 코로나 때 온라인 수업을 찍느라 영상을 편집해본 경험이 있기도 하고 필리핀 현지에 어느정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급부터는 학습 내용도 복잡해지고 나의 영어 표현력도 한계에 봉착하겠지만, 초급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덥썩 10여분씩 12강을 찍기로 했다. 물론 10분짜리 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대본 및 프레젠테이션 제작, 수십 번의 녹화, 편집까지 2시간 이상의 노고가 들어가는 일임을 안다.
그래도,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가르치는 일이다. 마음 먹은 즉시 1강을 찍었는데, 내 영어 발음에 현타가 왔으나... 필리핀 오지의 청년들이 한국어 공부를 하는 데에 유용하게 쓰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계속 해보련다.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