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어느 날

by happyanding






터널 앞 까만 밤 사이사이에 걸린 나뭇가지들에 하얀 꽃잎들이 맺혀있었고

겨울이 오고 있는 어느 날인데도 차갑지 않은 바람이 스쳤다.

그런 날이었다. 밤도 아직 차지 않고, 지지 않은 초록이 듬성듬성 걸린 어느 날.

고요하고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나만 빼고.


나는 고요했으나 슬펐다.

나도 모를 슬픈 일들이 내 안에 참 많아 우는 날도 특히나 많았던 어느 날들이었다.





어릴 적 별명이 '짤순이' 였을 정도로 잘 운다 소리를 듣는 편이었다.

그 사람들이 놀랄만한 사실을 지금 말하자면 그 정도로는

내 슬픈 날들의 반에 반도 울어내지 못했던 거라는 거.


특별난 것 없는 나의 글들이 내게 특별한 이유는, 다 울어내지 못한 그 울음들을

써내는 일이기 때문일 거다.

어느 날은 덤덤히- 어느 날은 토악질하듯 휘갈겨.


방 한 구석 숨죽이 듯 기대어 밤새 쿵쾅거리는 불안한 심장을 붙잡고

그런 나를 쓰고, 버려냈던 것이 그 많은 어느 날들의 나를 먹어 삼키려던

나의 우울에게서 나를 구했기 때문일 거다.




누구에게나 주체되지 않는 감정들을 버릴 곳 하나쯤은 필요하다.

누구를 향한 것이든, 어디를 향하고 있든 욕이라도 한 줄 써서 버려내야 한다.


분리수거하듯 해야 한다.

감정을 제대로 된 쓰레기통이 버리지 못하면 곧, 머지않아 탈이 난다.


그에게 전할 감정은 그에게 주어야 맞고

그녀에게 향할 감정은 그녀에게 가야 한다.

그것에게 던질 감정은 그것을 봐야 한다.


잘못 버린 감정만큼 후회스러운 것도 없다.

잘못 버린 감정은 보통 짜증이 되거나 화가 되거나 분노가 되니까.

그리고 잘못 버렸으니 곧, 머지않아 고스란히 내게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갈 곳 잃은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다면

차라리 써서 버리라고 말한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곱게 구겨 나만의 쓰레기통으로.

그리고 다시 꺼내 보지 말라고.

쓰레기통을 다시 헤집는 일은 보통 없으니까.


그렇게 놓으라고.





그렇게 내가 살아있으니, 그에게도 그렇게 말했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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