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나이 드는 중

by happyanding

오래전 나는 가끔 다른 날의 나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보통은 일 년 후, 같은 날짜에 그 편지를 뜯어보고는 했는데

몇 년을 지속하다 보니 내가 항상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부터 해야 할까.

나의 선택이 과연 맞는 걸까? 아니, 옳은 걸까?

답은 안 줘도 힌트는 조금 줘도 되는 거 아닌가.

다른 시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니, 요즘 어떠니."


반복되는 질문에 스무 살의 후반이 시작될 무렵 나는 알았다.




답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스무 살 후반의 나는 '혼자 인생'의

나름 첫(?)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자아성찰과 자존감 높이기에 돌입돼 있던

아주 편안하고 건강한 날들을 보내고 있어서인지

답을 못 찾겠다, 가 아닌

답은 없으니 찾으려 들지 말고 하던 거 하자, 로

참 해맑게 결론을 내렸었다.




나의 불안과 막연함과 외로움은 답을 찾아야하는 것들이 아니라, 그저 그것들
그대로 답이라는 것.




나는 불안을 원동력으로 내 막연함을 배움으로 채웠고

나의 외로움을 인정하고, 나를 많이 사랑해 주기로 했다.

나에게 집중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삶도 맘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의 묘미인 양,

어느 날은 또 '대체 답이 뭘까, 힌트라도 줘라!'

어느 날은 호기롭게 '그래 답은 없어! 내가 만들어가!'

그러다 또 어느 날은...

인생의 높낮이에 다중인격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불안이 다시금 덮쳐 아주 무기력한 어느 날은

모든 것이 멈추곤 한다.

아직도, 나의 불안에 나를 내어주는 날이 많은 것이다.

조금 달라진 것이라면


아무거나, 지금, 해!






무엇이든 그냥 하는 것.

작은 무언가라도 해냈다는 사실을,

해낸 나 자신을 다독이는 법을 알았다는 것.

(아직 수월하진 않은거보니 알아가는 중)


답이 없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여전히 답을 찾고, 여전히 답을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것들의 결과가 언제 보일지,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긴 인생이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모여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라면.

불안함과 함께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마흔의 나는 생각한다.


이런 것이 나이가 든다는 것일까?

지나와 보니,

(백세시대라 반도 못 지나왔지만)

어차피 끝없고 답 없을 질문에

조금은 여유롭게 나를 다독일 수 있는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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