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감각이 뛰어난 친구 이야기다. 조용조용한 말투로 웃긴 소리를 할때면 별것 아닌 말에도 모두들 빵빵 터진다. 친구를 만나면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유쾌한 친구와 만나는 시간은 언제나 기다려진다.
난 프로 우울러 답게 사는 게 늘 심각했다. 왜 사느냐가 삶에 가장 큰 숙제였고 산다는 건 고민하는 만큼 성장하는 건 줄 알았다. 한마디로 난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대화의 끝은 슬쩍 사회 탓을 하며 누구나 공감하는 말로 완벽하게 포장해 마무리 짓곤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재미있는 친구와의 만남이 좋은데, 심각한 나와 같이 있고 싶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동안 김 빠지는 말만 늘어놓는 나와 만나준 지인들이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라도유쾌한 내 친구처럼 나를 만나는 상대방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유머를 배워보기로 했다.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친구들의 말을 다른 곳에서 따라 해 보는 방법으로 유머 학습을 시작했다. 재미있는 친구의 표정, 말투흉내내기는상대방과나를 웃음 짓게 했다. 개그도 다큐멘터리로 소화시키는 내가 나도 어색했지만, 피식 웃음 짓는 상대방을 보니 그런 내가 싫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나를 보고는 ‘제가 갑자기 왜 저러나?’라는 눈빛이었다가, 지금은 원래 저런 친구라는 이미지로 탈바꿈 했다. 드디어 사람들이 날 보기만 해도 웃기 시작했다. 아니 웃을 준비를 하고 나를 만나는 것 같았다. 조금은 엉뚱하고 특이하다는 수식어가 마음에 든다. 나를 웃으며 맞아주니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바딤젤란드의 ⟪리얼리티 트랜서핑⟫에서 ‘잉여 포텐셜을 만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유머감각’이라 했다. 잉여 포텐셜은 균일한 에너지장 속에 일어나는 긴장, 국소적인 교란으로. 이런 불균형은 어떤 대상에다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할 때 생각에 의해 형성된다. 쉽게 말해서무엇인가 중요해지면 균형이 무너지며 형성되는 과잉 에너지 덩어리다.
잉여 포텐셜이 형성되기 전 유머가 발휘하는 효과는 이렇다.
예를 들어 비행기 탑승 마감이 다가오는데 어김없는 지각쟁이 빌런이 아직도 오는 중이라고 하자. 이때 잉여 포텐셜을 유머로 대체하는 한가지 방법으로 거꾸로 말하기가 있다. '빌런이 오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꼭 껴안아줘야지'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화낼 상황이 웃음으로 대체될 것이고 잉여 포텐셜은 상쇄된다. 유머는 긴장된 상황을 유연하게 바꾸는 윤활유 역할을 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긴장된 상황은 또다시 긴장시킬 상황을 끌어 오게 되는 연쇄 반응을 막은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유머러스한 그 친구는 힘든 사회 초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덧붙여 말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