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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빈 Jul 24. 2024

[우울증 극복 D-12] 1. 유머, 유쾌한 바보 전략



D-12. 모두가 유쾌한 말솜씨

-유머, 유쾌한 바보 전략


유머감각이 뛰어난 내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만나면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조용조용한 말씨로 웃긴 소리를 하면 별것 아닌 말에도 다들 빵빵 터진다. 유쾌한 친구와 만나는 시간은 언제나 기다려진다.


난 프로 울러 답게 사는 게 늘 심각하다. 왜 사느냐가 삶에 가장 큰 숙제고 산다는 건 고민하는 만큼 성장하는 건 줄 알았다. 한마디로 난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대화의 끝은 언제나 쓱 사회 탓을 하며 누구나 공감하는 말로 완벽하게 포장해 마무리 짓곤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재미있는 친구와의 만남이 좋은데, 난 늘 심각하니 누가 나와 같이 있고 싶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동안 풍선에 바람 빠지는 말만 늘어놓는 나와 만나준 지인들이 고마웠다.


이제는 나도 유쾌한 내 친구처럼, 나를 만나면 상대방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유머를 배워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친구들의 말을 배워서 다른 곳에서 따라 해보는 걸로 시작했다. 재미있는 친구의 표정, 말투 흉내내기는 상대방과 나를 웃음 짓게 해 줬다. 개그도 다큐멘터리로 소화시키는 내가 평생 안 하던 행동을 하려니 어색했지만 피식 웃음 짓는 상대방을 보니 그런 내가 싫지 않았다.


평소 하지않던 실없는 소리를 하는 나를 본 친구는 ‘저 친구가 갑자기 왜 저러나?’라는 눈빛이었다가, 지금은 원래 저런 친구라는 이미지로 탙바꿈 했다. 그랬더니 드디어 사람들이 날 보기만해도 웃기 시작했다. 아니 웃을 준비를 하고 나를 만나는 것 같았다. 조금은 엉뚱하고 특이하다는 나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마음에 든다. 나와 상대방 모두가 즐거우니까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바딤젤란드의 ⟪리얼리티 트랜서핑⟫에서 ‘잉여 포텐셜을 만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유머감각’이라 했다. 잉여 포텐셜은 균일한 에너지장 속에 일어나는 긴장, 국소적인 교란으로. 이런 불균형은 어떤 대상에다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할 때 생각에 의해 형성된다. 쉽게 말해서 무엇인가 중요해지면 균형이 무너지며 형성되는 과잉 생각 덩어리다.


잉여 포텐셜이 형성되기 전 유머가 발휘하는 효과는 이렇다.


예를 들어 비행기 탑승 마감이 다가오는데 어김없는 지각쟁이 빌런이 아직도 오는 중이라고 하자. 이때 잉여 포텐셜을 유머로 대체하는 방법으로, 이 친구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거꾸로 말해보는 식이다. ‘빌런이 오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껴안아줘야지 ‘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화낼 상황이 웃음으로 대체될 것이고 잉여 포텐셜은 상쇄된다. 유머는 긴장된 상황을 유연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분위기를 반전시켜 부드럽게 만든다. 긴장된 상황은 또다시 긴장시킬 상황을 끌어 오게 되는 연쇄 반응을 막은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유머러스한 그 친구는 힘든 사회 초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봤냐는 말의 의미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덧붙여 말해 주었다.

어쩌면 그 친구도 나처럼 유머를 배워서 익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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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에게는 귀향의 여로에서

용감하고 유쾌한 친구들을 무한정 만나는 것보다

더 큰 바람이 없기 때문이다.

감응력 / 페니 피어스



리얼리티 트랜서핑 1저자바딤 젤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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