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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빈 Jul 18. 2024

[우울증 극복 D-13] 2. 선을 넘지 않는 말


D-13. 말, 마법의 도구

-선을 넘지 않는 말


일행 세 명이 길을 가고 있다. 앞에 가는 사람이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함께 보게 되었다.

일행 중 한 명은 앞사람의 선한 행동에 감명을 받았고, 다른 한 명은 봉사 시간을 때우러 나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쓰레기를 주운 손으로 핸드폰을 만져 더럽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내면 필터를 통해 보이는 세상 속에 산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각자가 기억하는 내용은 저마다 다르다.

내가 세 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 내가 인식하는 나까지 합해, 그 자리에 존재하는 나는 총 네 명인 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렇게 같은 듯 다른 세상에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현실이 그러하니 함께한 지난 과거 이야기가 딱딱 들어맞을 리 없다.

고등학교 때 친구와 이런저런 옛날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기억에 없는 과거 사건을, 반복적으로 말해 반감이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그건 너 생각이고’라고 퉁명스럽게 툭 내뱉었다.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가 다른 의식 필터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줄은 알았지만, 딱히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라 습관적으로 자동 반응이 튀어나왔다. 아마도 친구는 익숙한 내 말투에 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듯 보여도, 나와 대화할 때면 습관적으로 쓰는 말 때문에 거부당했다는 느낌에 상처받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생각할 새도 없이 손사래를 치며 ‘아니야 그게 아니고~’를 시작으로 나의 생각을 설득시키기 시작한다.

어지간해서는 타인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신나게 내 이야기만 한 날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에 내가 한 말들이 후회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반복하는 내가 한심하다. 반성이라며 앞으로 한 달은 나가지 말고 집에서 칩거를 해야겠다며 잠수함을 띄운다.


서로를 인정하는 평화로운 대화법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어차피 각자가 같은 현상을 보고도 다른 생각과 기억을 갖는다면, 상대방의 생각도 인정하고 내 말도 인정하는 말을 사용해야지 싶었다.

그래서 대화 중에 어떤 대꾸를 해야 할지 모를 때 사용하려고 선택해 둔 말을 하나 정했다.


그 말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아~ 그렇구나’라는 '접속어'였다.


아~ 그렇구나’라는 말은 누군가의 말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거울에 비춰 주는 말로 느껴졌다. 또 대화의 균형을 맞춰갈 때 사용하기 좋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잠시 정리하고 대화를 한 템포 쉬는데 효과적이었다.

대화도중 내가 상대방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면, '접속어'는커녕 빛의 속도로 반감이 올라와 마음이 순식간에 뒤죽박죽이 된다.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내 감정도 인정해 줄 찰나의 텀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의식적 알아차림에 접속하기 전까지 필요한 말로, '아~ 그렇구나'라는 말을 '접속어'라고 이름 지어봤다.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는 '접속어'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비쳐 주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나를 인정해 주는 찰나의 순간동안, 습관적으로 자연스레 소리 내는 말이라고 하는 편이 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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