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미 Feb 09. 2023

내 목을 비비는 너의 보드라운 뺨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

친구가 얼마 전에 아이를 낳았다. 첫 아이라 육아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씩씩하게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내가 마음이 뭉클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육아 상식을 알려줄 수는 없기에 마음으로만 응원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제 친구가 아이를 안고 있는 짧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토끼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은 아이의 귀여운 엉덩이가 부각되는 영상이었지만 나는 그보다 다른 행동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잠이 오는지 칭얼거리듯 엄마의 목에 얼굴을 비비며 파고들었다. 자신의 몸을 맡기며 엄마를 꼭 끌어안는 행동은 '내가 어떤 모습이라도 받아줄 것이라는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면 어려운 행동이었을 것이다. 태어난 지 아직 100일이 되지 않았지만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와 쌓아왔을 끈끈한 유대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보는데 예전에 시골에서 키우던 개가 생각났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 그 아이는 나를 환영했다. 앞발을 껑충거리며 주체하지 못하는 마음을 드러냈었다. 사정상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해서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다. 


개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고려해서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물론 순간적으로 맛있는 음식에 현혹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죽을 때까지 주인을 사랑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고 싶은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배우 조니 뎁 역시 개와 아이의 행동을 두고 "순수한 사랑을 전하기에 충분할 만큼 진화한 유일한 동물은 개와 아기들뿐이다.(The only creatures that are evolved enough to convey pure love are dogs and infants.)"라고 말했다. 이것은 개인의 의견이므로 다른 동물들에게도 해당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은 성장하며 많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여러 일들을 겪으며 우리는 순수한 사랑을 잃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의심과 탐욕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개와 아이가 아니더라도 내가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자. 나 자신이어도 좋고, 생명이 아니어도 좋다. 미움이 아닌 사랑의 싹이 마음에 움트게 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내가 머무는 곳에서 소소하게 시작해 보자.


사진: Unsplash의 Toa Heftiba


작가의 이전글 완전무결하지 않아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