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착기
2020년 8월. 4년 6개월을 일했던 학교를 떠났다.
탄자니아에서 2년 간의 해외봉사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근무를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가장 오랫동안 일한 직장이기도 했다. 근무 첫날 학생들을 마중하러 나온 버스 주차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나의 까맣게 그을린 피부를 보고 '헬로'라고 영어로 인사했었다. 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을 싣고 나가 텅 빈 버스 정류장을 보니 학교가 텅, 내 마음도 텅 빈 기분이다.
일하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덕분에 인생의 한 챕터마다 함께하고픈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
모든 것을 삐뚤게 보는 동료 교사로 인해 무척이나 힘들었던 반면,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봐주는 예쁜 학생들이 있어 위로받았다.
내 손 꼭 잡아주는 좋은 사람을 만나 평생의 약속을 했다.
그리고 이 세상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 후, 2020년 12월.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짝꿍의 나라를 알고 싶어서, 잠시 살아보고 싶어서 한 결정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도 준비도 없이 모든 것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도착한 프랑스.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깊은 잠을 자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