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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매니아 Sep 12. 2021

선생님 교실에서 뭐 하면안돼요?

방귀는나가서

    학생들이 참 예쁘다. 

    부족한 나를 선생님으로 살게 해주는 그대들이 있어 참으로 행운이다. 몇 번의 개학 연기 끝에 간신히 컴퓨터 화면 밖에서 만난 학생들은 더 활기차고,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이 반짝반짝 예쁘다. 학생 없는 학교는 존재 가치가 없다. 교사가 학생들을 상상하며 밑그림을 그린 수업에 여러 가지 색을 칠하는 건 학생들이다.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가는 수업은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한 학기 동안 애플 타르트, 까눌레, 당근 머핀, 리코타 치즈 팬케익, 크로플, 키쉬, 블루베리 치즈 타르트, 체리 클라푸티 등 내가 그린 밑그림을 따라 학생들이 예쁘게 색을 칠해주었다. 불어 용어도 생소하고 낯선 음식이라 따라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덕분에 학교 실습실에는 늘 달콤한 향이 넘쳐났다.  

    수업 중에 자꾸만 코를 후벼 파서 지적 많이 당했던 A, 뒷정리까지 늘 먼저 나서서 도와주던 야무진 B, 옆 반에 있는 남자 친구에게 맛 보여주고 싶어 초조해했던 C, 글씨를 잘 써 레시피 노트가 빛이 나던 D, 소망했던 마카롱 수업을 해주지 못해 미안했던 E, 수업시간에 큰 소리로 방귀를 뀌어서 놀라게 해주던 F, 친구들이 맛있다고 해야만 먹는 미식가 G... 부족한 선생을 잘 따라주었던 예쁘고 예쁜 학생들. 


    프랑스에 온 이후 누군가를 가르치던 역할에서 업에서 벗어나 다시 학생이 입장이 되어보니, 교사의 말을 의심 없이 따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더 고마운 내 학생들이다.


    오늘도 F군에게서 카톡이 온다. 학교 하굣길인가 보다. "엄마가 저 6시 내 고향 스튜디오에는 들어가면 안 된대요. 선생님 저 수업시간에 뭐 하면 안돼요?" '방귀 뀌면 안돼요~'라는 답변을 듣고 싶어 안달 난 녀석의 표정이 눈앞에 선하다. 답변을 빌미로 중간중간 요새 학교 생활은 어떤지, 취업준비는 잘하고 있는지 묻는다. 스무 살에 만난, 잠시 동안 이상한 꼬부랑 요리들을 가르치던 나란 사람을 학생들이 조금은 기억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학생들과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해 내 마음에 질투가 생겼나 보다. 


    A군, B양, C양, D군, E군, F군 그리고 G군. 모두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사회가 장애인에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닐테지만, 곱고 순수한 그 마음들과 어디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들로 우리 사회를 좀 더 다양한 색으로 칠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방귀는 나가서 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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