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 고모도 태어났다
‘네 조카 태어났단다. 오빠한테 축하 문자 좀 보내줘’
핸드폰을 확인하니 아빠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새언니의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예고 없이 불쑥 탄생할 줄이야! 네 다음 오빠랑 안 친한 사람.
아빠가 함께 첨부해준 사진 두 장을 들여다보며 나노 단위 분석을 시도했다. 갓 태어난 생명체는 퉁퉁 불어 누구를 닮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왠지 모르게 우리 아빠가 보이는 건 착각이겠지. 아직 나에게 조카가 생겼다는 것이, 아니 그것보다도 오빠가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평생 욜로로 살 것 같았던 오빠의 결혼은 가족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였다. 게다가 아이를 낳을 거란 것은 더더욱. 물론 찾아보면 결혼 안 할 것 같던 사람이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것이 마냥 없는 일도 아니지만, 그 대상이 가족일 때의 느낌은 좀 더 색달랐다. 빌드업은 내가 더 길었는데 훅훅 치고 나간 건 오빠 쪽이라 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오랑우탄과 나는 굳이 따지자면 단호하지 않은 딩크(?)다. 아이 계획은 없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달까. 누가 P 아니랄까 봐
오히려 그래서 더 궁금하고 기대되는 것도 있다. 앞으로의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갈지.
조카가 태어난 지 3일, 부모와 조부모까지만 아기 면회가 가능하다는 병원 방침상 아빠만 면회를 허락받았다. 어언 25년 전 사촌 동생 태어날 때 면회 갔던 건 기억나는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며, 면회 시간이 가까워질 즈음에 맞춰 아빠에게 카톡을 보냈다.
‘기대 중?’
‘뭘?’
‘(아기 이모티콘)(아기 이모티콘)(아기 이모티콘)’
누가 기대 중인 건지 모르겠는데요
면회를 마친 아빠가 아기 사진 세 장을 보내왔다. 빛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확인했다.
‘이전 사진이랑 턱받이가 바뀌었네’
저장.
‘머리가 좀 긴 것 같기도 하고’
저장.
‘눈 뜬 모습은 언제쯤 보려나’
저장.
요 며칠, 시도 때도 없이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보는 나를 발견한다. 많이는 아니고 29871893번 정도 본 것 같다. 오랑우탄이라도 옆에 있으면 괜히 팔불출 된 기분이라 몰래 열어봄. 아무튼, 아이가 주는 기쁨이 여러모로 크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을아, 이 세상에 온 걸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