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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렌체장탁 Dec 18. 2023

잘생겼다고 소문난 그 후배

생각보다 별로인데?

 대학교 2학년이 되고 신입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3월이었다.

동기 남자애들이야 부모만 다를 뿐이지 피 대신 알코올이 함께 흐르는 형제와 다름없는 사이로 동고동락 중이었고 이대로 내 생애 캠퍼스 커플(C.C)란 없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봄바람이 불어오고 3월의 캠퍼스는 드디어 선배가 된다는 기대와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궁금함과 설렘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 , 봤냐? 1학년에 엄청 잘생긴  들어왔어!!!! 약간 귀요미 아이돌상인데 피부 하얗고 입술 빨갛고 겁나 이쁘게 생겼던데?"


 또 얼빠라면 어디 가서 지지 않던 나였기에 그 신입생에 대한 심상치 않은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귀가 쫑긋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평상심과 무관심한 척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 뭐 잘생겨봤자겠지."라고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미 속으로는 궁금해 죽을 것 같던 나는 어딜 가면 그 후배를 마주칠 수 있을까 은근슬쩍 뒤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인스타는커녕 스마트폰도 없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겹치는 수업도 동아리도 없는 것 같아 낙담하고 있던 어느 날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그를 보게 된 것이다!!!!


 5월의 축제 때였다. 우리 과에서 진행하는 행사 중 칵테일 Bar 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서버를 담당한다는 소문이었다. 가야지.. 아무렴 꼭 가야지... 애써 흥분을 감추며 덤덤한 척했지만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몇 번이고 립스틱을 고쳐 바르고서야 Bar로 향했다.


 이 녀석이 어디에 있을까나.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곳에는 잘생김의 '잘' 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동기 놈들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바 카운터 뒤 공간에서 해맑게 웃으며 보우타이를 매고 유니폼을 입은 그가 걸어 나왔다.


'아오 씨 뭐가 저렇게 얼굴이 맑아. 사람 얼굴이 저리 선하고 말갛고 그래도 되는 거야? 잘생기긴 참 잘생겼네. 근데 키가 좀 작네. 근데 뭐 어때 잘생겼는데.'라고 속으로 감탄하면서 입으로는


"야 저게 뭐가 잘생겼냐? 소문에 비해 평범하구먼. 생각보다 별로인데?"


라고 앞담화 아닌 앞담화 및 센 척을 하고 있었는데... 아뿔싸! 내 목소리가 좀 많이 컸나 보다.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 시선은 곱지 않았다만 그 강렬한 눈빛(째려봄)이 싫진 않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용까진 듣지 못했고 저 선배아지매들이 왜 이렇게 시끄럽나 싶어서 쳐다봤다고 한다. 그는 유난하고 시끄러운 인간들이랑 엮이기 싫었던지 멀찍이 다른 테이블 쪽으로 가서 서 있었다.


 말 한마디 시켜보고 싶긴 했지만 이미 관심 없는 척 허세를 떨고 난 뒤였고 내 무례한 말을 그가 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친한 척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음료와 술도 다 주문한 상태였고 도무지 구실도 없었다. 그저 홀짝홀짝 칵테일 마시며 선이 고운 그의 옆얼굴을 흘깃흘깃 훔쳐볼 뿐이었다. 술이 점점 취해가자 억하심정이었는지 진짜 그가 못생겨 보이기 시작했다.


'에잇. 그래 어차피 나랑 엮일 일 없는 사람이야. 기대보다 별로이기도 하고. 관심 끄자!'


 아직 어렸던 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그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들키기 싫었고 잘생겼다고 인정하고 칭찬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술에 취해서는 결국  마디도 못해보고  Bar 나왔다. 아주 짧은 순간의 관심이었기 때문에 실망이 크진 않았다. 그냥 잘생긴 애랑 친해질  있었는데 아쉽네... 이런 마음 정도였다.


 그렇게 끝나는 가 싶었는데....


축제의 꽃 포차에서 한참 놀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바로 그였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한국영화 3대 등장 장면 중 하나라는 우산 밑으로 들어온 강동원의등장 장면보다 더 설레는 순간이었다. 내 옆 자리 빈 플라스틱 통의자에 걸터앉으며 싱긋 웃는 사람이 그란 것을 확인하자마자 미친 듯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XX학번 J입니다. 저도 한 잔 주세요!"


'심장아, 나대지 마라. 저 말랑콩떡같은 피부 세상에 무슨 일이며 목소리는 왜 또 이렇게 귀여운데!!!! 난 귀여운 남자는 취향이 아니란 말이야. 근데 이거 내 입꼬리 왜 이래. 표정관리해라 진짜'


" 아, 처음 뵙겠습니다. 저보다 후배인 거죠?"


정말 너라는 존재는 태어나서 처음 보고 들어본 적도 없다는 듯 냉담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예전부터 너에 대해 들어왔었고 한 번쯤 만나보고 싶었고 아까 보고 나서 친해지고 싶었다는 말을 도대체 21살짜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나랑 같은 자리에 있던 내 (여자)동기와는 이미 좀 친분이 있어 보였다. 같은 댄스동아리였던 것이다. 둘이 나누는 대화의 틈에 내가 끼어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애써 공통점을 찾아보았으나 말이 계속 꼬였고 도저히 할 말이 없어져 침묵이 돌기 시작하자 그는 곧 다른 테이블로 떠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겨우 온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지!

 이미 취기가 가득했고 가까이서 본 후배의 얼굴에 더 취해버린 나는 급기야 무리수를 던지고 말았다.


"오, 나랑 성이 같네. 우리 친척인 거  같은데? 친척누나가 밥 사줄까?"


 그렇게 나는 본적까지 바꿔가면서 지금 생각해도 구린 저 멘트로 그의 번호를 따고 밥 약속을 잡았던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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