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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와 루꼴라가 들어간 라멘?

서울역 <유즈라멘>

by 도은 Mar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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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인근 만리재 고개 초입 오래된 동네에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라멘집이 있다. 나는 이곳을 3년 전 우연히 알게 되어 방문하였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들르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손님이 더 많이 늘어나 줄이 길어져 캐치테이블이라는 앱을 이용해서 미리 예약을 하는 시스템도 도입되어 손님 입장에서는 더 편리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가보지는 않았지만 알고 보니 홍대 인근이나 종로에도 분점도 있다. 이곳의 라멘은 기존의 걸쭉한 고기육수 베이스의 돈코츠 라멘이나 된장을 사용한 미소라멘 등과 확실한 차별점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다. 그런 점이 더 이 라멘집을 특별하게 만들고 또 훌륭한 맛 또한 변치 않고 유지되어 계속해서 방문하게 되는 것 같다.


유즈라멘에서 나는 보통 유즈소유라멘을 먹는다. 제일 기본이자 베스트 메뉴인 유자즙이 들어간 소금 라멘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짜고 감칠맛 나는 푹 끓인 라멘 육수와 유자라니 도저히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맛을 보고 나니 깔끔하게 끓인 라멘 육수와 유자즙은 예상외로 궁합이 잘 맞았다. 처음에는 유자 향만 살짝 나는 상태로 라멘이 나오는데 그 맛을 즐기다가 중간에 유자즙을 더 첨가하여 먹으면서 상큼함을 더 즐기기도 한다. 


면 자체는 육안으로도 보이게끔 곡물이 콕콕 박힌 자가제면으로 부드럽기보다는 꼬들꼬들한 식감이다. 아마도 먹으면서 퍼지는 점을 감안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위에는 아주 야들야들하게 삶아져 겉을 토치로 한번 더 구운 큼직한 고기 덩이가 한 점, 꼬독한 식감의 짭짤한 멘마, 김, 간장에 절인 달걀 반숙, 그리고 라멘에 올라가기에는 생소한 재료인 루꼴라가 올라간다. 이탈리아 피자에나 올라가는 루꼴라와 일본 라멘의 조합이라니 처음에는 이게 무슨 조합일까 반신반의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유자의 상큼함이 감도는 라멘과 씁쓰름하면서도 상쾌한 맛, 아삭한 식감의 루꼴라가 느끼함을 잡아주고 정말 환상궁합이었다. 난 이 루꼴라가 정말 좋아서 추가 토핑으로 올려먹기도 한다.


토핑으로 올라간 고기는 비계가 있는 부위를 굵게 썰어서 푹 익혀 기름지고 정말 이가 없어도 씹힐 만큼 부드럽게 삶아졌다. 그리고 토치로 겉면을 익혀 고기의 고소한 맛을 살리고 불향까지 입혀져서 나온다. 보통 일반 일본라멘집에서 얇게 삶아져 나오는 챠슈와는 또 다른 맛이다. 고기를 한 입 베어 물면 육즙과 라멘 육수가 한 번에 입에 들어와 그 강한 맛에 감탄사가 나온다. 이렇게 개성 강한 재료들을 한 그릇에 몰아넣어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셰프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찬으로는 딱 한 가지 부추김치가 있다. 라멘 외에도 이 부추김치 이야기를 또 안 할 수가 없는 게 매콤상큼 맛있어서 가끔은 부추김치를 먹으러 갈 정도로 맛있기 때문이다. 라멘을 먹기 전에 작은 접시에 듬뿍 담아 라멘과 함께 먹고 또 리필을 해서 먹는다. 테이블에 항상 리필을 해서 먹을 수 있도록 큰 통째로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반찬이 비록 이 부추김치 한 가지뿐이지만 이로써 모든 것이 해결되는 만능 해결사 느낌이다. 다른 것이 별달리 필요치 않다.


유즈라멘은 육수와 면이 리필되는 점도 대식가들에게는 환영할만한 점이다. 비록 나는 한 번도 리필을 해먹은 적은 없지만 말이다.


만약 유즈소유라멘이 없다면 내 인생의 즐거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그만큼 이 집의 라멘에 대한 애정이 깊다. <유즈라멘>이 앞으로도 쭉 이 맛을 유지해 주어서 내가 계속해서 방문할 수 있는 가게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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