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춘천산더덕숯불닭갈비>
나의 짝꿍은 예전에 춘천에서 6개월 간 일한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엔 아주 잠깐인데 그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항상 빼놓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닭갈비집이다. 상사와 퇴근 후 자주 들러 닭갈비와 된장찌개를 먹으며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는 이야기. 그 맛을 잊지 못해 15년이 지난 후이지만 여전히 나와 짝꿍은 주기적으로 정해진 코스처럼 춘천에 들러 닭갈비를 먹는다. 사실 이곳의 닭갈비를 먹기 위해 춘천을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시 춘천 하면 유명한 것은 닭갈비와 막국수인 듯하다. 관광객에게 유명한 집이 따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집은 갈 때마다 항상 동네 주민들이 가족들과 삼삼오오 모여 주말 외식을 하고 계신다. 마치 나 어렸을 때 한 달에 한 번씩 갈빗집으로 외식을 했던 것처럼 정겹고 가족적인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이 집을 가면 어렸을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난다. 한 다리 건너면 아는 동네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가끔은 주인 분이 주방에서 나오셔서 손님분들과 이야기도 나누신다. 우리도 서울에 살고는 있지만 자주 가다 보니 사장님과 안면을 트긴 했다.
항상 가면 먹는 메뉴는 매운 양념의 닭갈비이다. 달궈진 숯불이 들어오면 빨간 양념이 묻은 더덕과 닭다리살을 부지런히 뒤집어가며 구워줘야 타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기다리기 힘든 시간이 지나면 잘 구워진 닭갈비를 드디어 입에 넣는다. 닭다리살이 정말 야들야들해서 입에 넣는 순간 녹아버려 탄성이 나온다. 게다가 닭 껍질과 고기에 숯불향이 베어 고소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계속 먹다 보면 알싸하게 올라오는 매운맛은 중독성 있게 적당히 맵다. 양이 적지 않지만 너무 맛있어서 고기가 빠르게 줄어든다. 그렇게 이 집 닭갈비는 최후의 젓가락까지 맛있다. 별다른 야채가 필요 없이 이 닭갈비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밥상이다. 글을 쓰면서도 또다시 먹고 싶은 마성의 맛이다.
그리고 이 집은 된장찌개가 또 다른 별미라 닭갈비와 함께 항상 시키는 메뉴이다.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짙은 갈색의 된장국엔 큼직한 무와 두부, 큰 멸치가 통째로 들어가 있다. 집된장을 쓰시는 것이 분명하다. 커다란 두부 속까지 된장국이 스며들어 밥 한술에 두부 한 점을 베어 먹으면 진한 된장 맛과 멸치육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정말 별미 중 별미이다.
이곳의 닭갈비를 먹고 난 후부터 나는 서울의 많은 그 철판 닭갈비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만큼 나에게 숯불에 구워진 닭갈비는 다른 차원의 맛이었다. 게다가 가격 또한 착하니 춘천에 가는 수고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이곳을 계속해서 찾게 된다. 10년 전에 갔을 땐 정말 작은 평수의 오래된 가게였는데 몇 년 전에 큰 가게로 이전을 하셨다. 잘되셔서 큰 가게로 이전을 하셨을 테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맛있는 식당은 오래오래 지속되어야 모두가 행복한 것 같다. 사장님은 돈을 잘 버셔서 행복하고 나는 맛있는 닭갈비를 먹고 행복하니 말이다. 사장님 정말 감사하고, 오래오래 맛있는 닭갈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