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 <자쿠자쿠>
휴일이 다가오는 한 주의 마지막 날, 유독 지쳤던 날이었다. 날도 춥고 해서 뜨끈하고 뭔가 몸보신되는 걸 먹고 싶어 오랜만에 들른 집 근처의 스키야키 전문점. 예전에는 자주 갔지만 가격이 오르고 나서는 주춤하게 된 곳이다. 그러나 가게 문을 나설 땐 ‘역시나 가격이 올랐어도 갈만한 곳이다!’라고 짝꿍과 말을 나누게 되었다.
이곳에 가면 항상 시키게 되는 것은 2인 세트메뉴이다. 야채와 고기 그리고 생 레몬을 반으로 갈라 스퀴저와 함께 주는 사와가 있다. 직접 레몬즙을 짜서 술잔에 넣는 것은 소소하지만 꽤나 재미있는 이벤트이다. 이렇게 사와 두 잔과 스키야키, 새우튀김이 같이 나오고 마지막엔 우동이나 죽을 먹는 코스로 5만 원대 가격은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생각된다. 짭짤하고 달달한 양념에 절여진 야채와 고기를 달걀물에 푹 찍어 입에 넣는 순간을 잊지 못해 자꾸 생각나는 곳이다.
소스와 야채를 냄비에 넣고 뚜껑을 덮어 기다리는 동안 날달걀을 작은 그릇에 넣고 젓가락으로 열심히 푼다. 이 순간은 맛있는 스키야키를 먹는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드디어 김이 나는 뚜껑을 열고 제일 먼저 배추를 집어든다. 짭짤 달달한 소스에 절여진 살짝 익은 배추를 달걀물에 찍어 먹는 그 첫 입은 정말 ‘우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맛있어서 행복하다. 그다음으로 버섯과 두부도 먹고 고기도 익혀먹고 지루하지 않게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 아주 1등급의 고기는 아니지만 가격대비 맛있고 양도 많아서 만족스럽다. 짭짤한 걸 먹으니 중간중간 레몬 사와를 마신다. 이곳의 사와는 생 레몬을 막 짜서 넣어 그런지 정말 신선한 맛이 난다. 내겐 여느 술집보다 맛있는 레몬 사와이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 배도 부르고 기분 좋게 취기가 올라와 행복감을 느낀다. ‘이게 산다는 거지.’라고 짝꿍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건더기를 거의 다 먹고 간장맛에 푹 담가진 실곤약을 먹는다. 이것이 뭐라고 양도 적은데 모든 육수 맛이 응축되어 정말 별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육수에 계란과 야채를 넣어 만든 죽을 먹는다. 얼마나 맛있는지 배가 부른데도 숟가락은 계속 냄비를 향한다. 각종 야채와 고기, 간장 육수가 베이스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의외로 사람은 단순하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술 한잔으로 쉽게 행복할 수 있다. 너무 복잡하게 살지 말고 단순하게 살면 더 많은 행복감으로 삶을 채울 수 있다는 걸 또 한 번 느낀다. 맛있는 음식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시는 사장님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작은 행복과 감사가 모여 삶이 풍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