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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중국요리집

애오개 <칭닌>

by 도은 Feb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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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짝꿍은 오랜 기간 맞벌이를 하다 보니 바깥 음식을 정말 많이 접했다. 집밥을 해먹을 시간도 없거니와 집에 오면 거의 녹초가 되어서 밥을 할 시간도 없고 그 시간에 밖의 식당에서 먹고 들어가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활을 10년 가까이하다 보니 거의 모든 장르의 식당은 한 번씩 가봤고 그중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도 많이 가보았지만 너무 자극적인 맛에 실망하는 날이 많았다. 이제는 단순히 그냥 쌀밥에 간단한 반찬만 먹더라도 집 밥이 훨씬 맛있게 느껴져 외식을 하는 날이 많지 않다.


그래도 꾸준히 가는 식당은 있으니, 그런 곳은 보통 음식에 정성을 쏟아 동네 주민들에게 꾸준히 오랫동안 사랑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오늘 소개할 곳도 바로 그런 곳이다. 애오개에 위치한 아파트 상가에 입점되어 있는 아주 오래된 중국집은 아니지만 내오는 음식의 퀄리티가 예사롭지 않다. 어떠한 음식을 시켜도 웬만하면 실패가 없는 곳이다. 나는 주로 해물짜장과 탕수육을 시키지만 이 날은 유독 칠리새우가 먹고 싶었다.


어떤 중식당에서 내온 칠리새우는 시큼한 향과 맛이 강해 먹을 때마다 기침이 나서 먹기 불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곳의 칠리새우는 그런 자극적인 향은 전혀 없고 바삭한 찹쌀피에 속은 쫀득하면서 통통한 새우 살이 아작하고 씹히는 내가 생각하는 아주 이상적인 칠리 새우의 맛이다. 소스는 살짝 새콤 달콤하고, 다양한 야채 특히 양배추가 들어가 있어 칠리새우와 함께 먹기 좋다. 위에는 코코넛 가루가 올라가 그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가미가 된다. 이 칠리새우를 먹고 나면 다른 중국요리점은 못 갈 것 같다.


이곳에 가면 항상 먹는 해물짜장은 고추기름이 들어가 있어 살짝 매콤한 맛이 난다. 고추기름이 짜장 소스와 면이 부드럽게 잘 섞이는 윤활제 역할도 하여 소스가 면에 착 달라붙어 짜장의 맛이 면에 골고루 베어 최상의 상태의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 면을 굵지 않은 중면을 사용한 것도 이 집의 짜장면이 유독 맛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먹다 보면 물릴 수 있는 짜장면과는 다르게 이 집 해물짜장은 고추기름의 알싸한 맛으로 마지막 한 가닥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짜장면이다.


주말에 수영장에서 자유수영을 하고 이 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는 것이 어느새 주말다운 루틴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이렇게 소소한 곳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려고 하고 있다. 갑자기 그 옛날 유명한 cf에서 나왔던  ‘오늘은 내가 oooo요리사’가 생각난다. 주말이 되면 특식으로 끓여주시던 짜장라면이 그렇게 맛있었는데 요즘은 뭔가 그 맛을 잃어버려서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으니 이 또한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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