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행복의 기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다
행복의 관한 책을 두루 읽으며 느끼는 것은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인해 고통받기도 하지만 행복해지려면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많이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을 많이 할수록 행복해지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집단에 속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워졌고 현대에 사는 우리의 뇌는 이때의 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회적 교류를 많이 할수록 우리는 긍정적인 정서를 자주 느끼게 되고 이는 행복감과 연결된다.
행복감을 발생시키는 우리 뇌가 이처럼 사람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서 사회적 경험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태어났을 때부터 사람과 유대관계 맺는 것에 능숙한 외향적인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들보다 더 행복감을 자주 느끼는 것이 통설이다. 따라서 외향적 성격을 타고난 사람, 즉 유전에 의해 나의 행복감의 크기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학계의 통상적인 견해는 행복 개인차의 약 50퍼센트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내향적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사람보다 행복감을 덜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외향적인 사람보다 사회적 교류를 더 갖도록 노력해야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개인의 가치와 감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수용하는 문화
한국은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 유교의 문화 때문인지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나'라는 개인보다는 집단, 조직, 국가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경제 수준은 월등히 높지만 행복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물론 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행복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그 연관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행복감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은 개인주의다.
개인주의는 국가의 경제 수준과 행복을 이어 주는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상위의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행복도 면에서는 뒷 순위를 다툰다. 이는 집단주의적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집단주의는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로 힘을 합쳐 조직, 나라를 위해 일하고 '나'는 뒤로 한 채 국가 성장을 위해 내 한 몸 바쳐 일하게 한다. 만약 이에 반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의 질타와 손가락질받을 것을 걱정하고 실제로도 타인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이런 것들이 지속되면 경제 성장은 차치하고 사람들은 만성적인 피로를 느끼게 된다.
우선 개인의 자유감. 개인주의 국가들이 높은 행복을 누리는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집단의 응집력과 통일성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이 부분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교육에서 강조하는 획일적인 교육법, 창조성을 말살시키는 교육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앞서 여러 번 말했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답이 있는 것처럼 교육받고 그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만약 이 길에서 한치도 어긋나면 심한 좌절감과 불행을 느낀다. 또한 그런 사람들을 질타하고 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이 어디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있던가. 인생의 길은 여러 갈래가 있고 어느 길로 가던 내가 꿋꿋이 잘 살아가면 그만이다. 한국인들은 너무나도 많은 눈치를 보면서 살아간다. 내 인생에 '나'는 없고 '타인의 시선'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과도한 타인 의식은 집단주의 문화의 행복감을 낮춘다. 행복의 중요 요건 중 하나는 내 삶의 주인이 타인이 아닌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우위를 매길 수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행복이다.
한국의 집단주의
과도한 물질주의, 천민자본주의. 현재 한국을 둘러싸고 많이 나오는 말이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보고 어린아이서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돈을 찬양한다. 누누이 말하지만 돈에 집착할수록 행복과는 멀어진다. 한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물질주의적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SNS의 발달과 더불어 집단주의적 문화가 나쁜 효과를 발휘하여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 적은 사람을 비교 우위에 세우고 겉으로 보이는 물질에 집착하게 된 것이 아닐까. 이만큼은 타줘야 하고, 이 만큼은 살아줘야 하고, 이 만큼은 벌어야 하고. 자기들만의 엉터리 기준을 내세워 밈과 계급도를 만들어 인터넷상에 공유하고 그걸 본 사람들은 상대적 우월감 또는 박탈감을 느끼고, 이 얼마나 일그러진 사회인가.
한국인인 우리는 한국 문화의 독특한 점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문화와 비교해 보면, 우리 사회는 눈에 띄게 집단주의적이다. 장점도 있지만 개인의 행복 차원에서 보면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줄 때도 있다.
음식과 사람
난 여러 해 전부터 나의 행복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으면서 내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고민했다. 그 결과는 안타깝지만 한국을 벗어나거나 한국에서 살아가는 스테레오 타입의 사람들의 인식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SNS를 끊고 나에게 불행을 주는 사람들을 끊어내고 주변 환경을 내 행복만을 위해 바꿔나가는 것이었다. 인간은 환경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나는 이 환경을 조금씩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바꿔나가야 하는지. 하지만 그건 헛된 생각이었음을 곧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고립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들로 다시 하나씩 채워나가기 시작하면서 내 삶은 행복감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감히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만큼 행복해졌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