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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두시 Mar 25. 2019

봄을 노래하는 춤

긴축재정으로 한동안 공연을 안 보고 있다가 티켓 가격도 저렴하고, 만 6살 아들도 관람 가능한 현대무용 공연 Mark Morris Dance Group의 <Pepperland>를 관람했다. 이 공연은 2017년 리버풀에서 열린 비틀스 음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50주년 기념 축제에 참여한 작품으로 올해 다시 런던을 시작으로 영국 투어를 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비틀스가 계속되는 투어 활동으로 지쳐있던 시기에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영감을 얻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앨범은 애드워드 시대의 군악대가 연상되는 가상 밴드의 공연이라는 설정으로 그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하게  하였다. 발매 이후 음악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혁신적인 앨범으로 평가되며, 2009년 롤링 스톤지가 뽑은 역대 최고의 음반  500선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이 음반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기에 비틀스의 고향 리버풀에서는 2017년 여러 분야의 예술인을 초대해서 앨범 발매 5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를 주최했고, 오늘의 공연 <Pepperland>도 그렇게 탄생되었던 것이다.


영국의 대표 안무가 매튜본, 아크람칸을 비롯해 유럽의 실력 있는 안무가들의 초연을 만나볼 수 있는 런던의 무용전문 극장인 Sadler's Wells를 10년 만에 그리고 엄마가 되어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등장인물을 소개하듯이 무용수들이 한 명씩 소개되며 공연이 시작되었고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앨범 수록곡의 라이브 연주를 배경으로 무용수들의 재미있는 춤사위가 펼쳐졌다.
인도의 전통 악기 시타르 연주가 돋보이는 곡 <Within You Without You>이 흘러나올 때에는 명상하는 듯한 동작과 함께 인도 전통춤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기도 하였고, 60년대를 연상시키는 무용수들의 네온 컬러 의상에서 보이듯이 전체적인 안무는 가볍고 밝고 유쾌했다. 여러 악기가 각자의 선율을 연주하지만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듯이 무대 위에서 이뤄지는 동시다발적인 군무를 보니 이런 연출을 머리속으로 구상할 수 있는 안무가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63세의 미국 안무가 마크 모리스는 <Pepperland> 공연을 통해 우리에게 인생 별거 없으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사실 요즘 영국은 브렉시트로 인한 불명확한 미래로 정세가 뒤숭숭하다. 남편은 최근 신뢰할 만한 기사를 통해 브렉시트가 노딜이 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얘기했다. 만약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일반 시민들이 가장 먼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인데 그것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과일이나 야채가 네덜란드나 스페인에서 수입해오는 게 많고, 병원에서 환자들이 사용해야 할 의약품이나 의사의 의료 집기들이 유럽에서 수입해오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브렉시트는 일반 시민들의 생사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공연 후에 길을 가다가 브렉시트 반대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지나치게 되었다. 100만 명이나 모였다고 하니 우리가 촛불집회를 했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Pepperland> 공연을 보러 온 영국인들은 공연을 아주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는데, 공연 내용이 밝고 유머러스했고 순수했던 과거를 회상하게 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현재 영국의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탁월한 선택의 공연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을 벗어나 과연 봄을 맞이하는 춤을 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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