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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두시 Mar 30. 2019

그 노래와 같은 마음의 날

얼마간 흐리더니 최근 다시 런던에 쨍하고 해가 났다.

오늘 공원 산책을 하는데 따가운 햇살 때문인지 벌써 여름의 건조한 공기가 느껴졌다.

공원을 걷는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너무 좋은 날씨가 한국의 친구들을 더욱 그립게 만들었다.  

이런 눈부신 날씨는 가끔 왠지 모르게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고 멜랑꼴리한 기분을 가져다줄 때가 있다.

요즘 들어 허리가 더욱 안 좋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 것일까.

예전에 올드미스인 한 여배우가 티브이에 나와서 마흔이 되니깐 몸이 정말 다르다고 했었는데 불혹이라는 나의 신체적 나이도 오늘의 내 기분에 영향을 주기도 했으리라.

나는 출산 후부터 몸이 쇠약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육아를 하면서 체력이 바닥이 났었고 없었던 증상들이 나타났다. 등이 쑤시더니 어느 날은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있어 동네 정형외과를 가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더니, 척추 뼈 하나가 이탈되고 앞으로 돌출되어 나와 있었다. 예전에 버스를 놓칠까 봐 무럭무럭 자라서 이미 꽤 무거워진 아들을 안고 뛰었던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이 될 뿐이었다.

이미 가출한 척추뼈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더 나빠지지 않게 살살 달래며 조금씩 운동을 하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공원 산책을 마치고 오랜만에 한국의 친정에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가 무릎이 쑤셔서 어떤 주사를 맞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모들도 이미 무릎 수술을 했으니 본인의 수술 차례가 오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이 주사를 맞게 되었다고 덧붙이셨다.

나는 엄마가 가끔 무릎이 아프다고 하신 것이 기억이 나긴 했는데 그게 7년이나 되었는지 이번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모를 비롯해 엄마 친구들도 이미 무릎 수술을 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이런 흔한 노화의 현상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니 마음이 좀 착잡해졌다. 나이 듦을 받아들이며 늙고 싶은데 몸이 내 맘과 달리 말을 안 듣게 된다는 것이 서글픈 일인 것 같다. 나의 몸은 이미 고질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는데 20년 후쯤엔 또 다른 신체적 고통이 밀려온다니 인정하고 싶지 않다. 예외적으로 건강한 할머니가 되고 싶지만, 그런 사례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 결코 몇 안된다는 것을 알기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던 낮을 지나 저녁에 설거지를 하며 요즘 자주 듣는 잔나비의 음악을 들었다. <나의 기쁨 나의 노래>라는 노래가 내 마음 깊숙이 이리저리 흐르고 있었다. 나의 기분을 알아주는 것 같은 선율 안에서 음악은 내 마음을 묵묵히 읊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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