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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도리 May 03. 2024

인도에 온 100일 아기

크나큰 결심

내가 아무리 인도를 좋아하고 익숙하다고 해도 100일이 갓 지난 아기를 아내더러 인도로 데리러 오라고 한 결정은 정말 쉽지 않았다. 인도의 대도시에는 좋은 병원들이 많고 훌륭한 의사들도 많다. 내가 있는 곳이 도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이 지역의 외국인들을 위한 특별 병원도 있기 때문에 아기를 데려온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래도 1살이 아직 되지 않은 아기를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다. 5년간 인도에 있으면서 인도의 의료 수준과 실상을 낱낱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주위에서 특히 인도인들이 '의료시설이 충분하다', '의사들이 실력들이 좋다', '다른 외국인들도 문제없이 잘 키우고 있다'라고 이야기를 해도 귀에 절대 들어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아기들이 병원에 갈 일이 거의 없었던 것일 뿐, 이곳의 병원에서 잘 조치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결정했어!


우리를 환영해 준 에어인디아

아내와 매일같이 고민했다. 그리고 드디어 결론에 다다랐다. 아기를 데리고 인도에 오는 것으로 말이다. 부모님과 친척 등 모든 사람들이 걱정했다. 물론 우리도 걱정했다. 그래도 우리는 인도에서 100일 된 아기와 함께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둔 결정이었다.


내가 한국으로 귀국해서 아내와 함께 아기를 데려오기로 했지만 고맙고 미안하게도 아내는 자기가 아기를 데리고 델리로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델리로 가서 아내와 아기를 맞이했다.


그들을 기다리는 몇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아내와는 연애 때부터 장거리였기 때문에 익숙했지만 아기와는 거의 3개월 만에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다. 물론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겠지만 인도에 오기전과 델리에 오기 직전 아내가 보내 준 사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에 공항에서 오랜만에 봤을 때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공항에서의 상봉


비행기에서 헤드폰을 쓴 아기

드디어 공항문이 열렸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아내와 아기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동안 고민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그저 좋았고 잘 결정했다는 생각만이 들뿐이었다. 아내가 타고 온 에어인디아 승무원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축하해 주고 환영해 줬다. 정말 기분이 좋은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아내의 볼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100일 된 아기인 딸 해도를 두 팔 벌려 안았다. 포근하고 따뜻했다. 못 본 3개월 동안 정말 무럭무럭 자랐다. 훌륭히 100일 잔치를 해내고 필수 예방접종도인도로 온 것이다.




인도에서 육아


인도에서의 첫 날밤

인도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래서 "인도에서 육아를 어떻게 하려고 해?"라는 질문은 절대적으로 잘못되었다. 다만 인도의 육아방식과 우리의 육아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TV나 유튜브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인도의 모습은 여행자들을 통한 모습이고 인도에서 하층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렇다 보니 인도에서 육아를 한다고 하면 그런 환경 속에서 육아를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도의 육아방식이 우리보다 더 극심하면 극심했지 부족하지는 않다. 하층민은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육아를 하고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최상의 육아를 한다.


인도에서의 첫 식사

우리나라에서의 육아방식대로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틀린 육아방식은 결코 아니다. 예방접종 기간과 종류가 조금 다르고 육아에 노출되는 환경이 다를 뿐이다.


인도는 기본적으로 아기들을 행운과 축복으로 여기는 나라다. 그렇다 보니 어디를 가도 아기를 좋아해 주고 도와주려는 모습이 있다. 아기가 언제 어디에서라도 편안한 환경에 있을 수 있도록 부모가 아닌 사람들까지 노력하는 곳이다. 그래서 인도에서 육아를 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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