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의 사랑

내 맘대로 창작스토리-6

by 마이드림

이 남자는,

우리 주인 박경호 씨입니다.


나는 날마다 이 남자를 내 등에 태우고

출퇴근은 물론 거의 모든 외출에

이 남자의 이동을 책임지고 있어요.


이건 비밀인데요.

내가 진열되어 있던 가게에

박경호 씨가 문을 열고 들어오던 순간

첫눈에 반해버렸죠.


내가 누군가를 등에 태워야 한다면

바로 저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발 나를 발견해 달라고 얼마나 박경호 씨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는지 몰라요.


박경호 씨는 몰랐겠지만

그날 나는 많은 눈 맞춤을 했었답니다.

그 덕분에 박경호 씨에게 선택받을 수 있었죠.


나는 이 남자를 태우고 외출하는 날이면

이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은 행복감이

내 온몸을 감싸는 것 같았어요.


박경호 씨는 참 다정한 사람입니다.

한 번은 내 등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가

잘못해서 살짝 흘렸는데,

내 등을 얼른 손수건으로 닦아주면서

"뜨거웠겠다. 미안해"라고 하더군요.


실수해도 사과도 잘 안 하는

나쁜 사람들도 많던데,

우리 박경호 씨는 스쿠터인 나한테까지

사과를 하는 좋은 사람입니다.


박경호 씨는 다른 난폭한 운전자들처럼

나를 함부로 다루지도 않아요.

늘 조심조심 깨끗하게 나를 사용하고요.

과속할 만큼 세게 달리지를 않아서

내 몸에 무리가 가게 만들지도 않아요.


나는 우리 박경호 씨를 만난 게

참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박경호 씨와 함께하는 시간들은 정말 좋았습니다.

내가 스쿠터인 것이 정말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 우리 주인은,

자꾸만 나에게 서운한 마음을 느끼게 만들어요.

나에게 다정하게 걸어주던 인사나 말들을

이제 예전만큼 많이 해주지 않습니다.

정신이 딴 데 팔려 있거든요.


일밖에 모르던 우리 주인이 요즘에는

옆집 사는 윤선영 씨만 바라보고 있답니다.

윤선영 씨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후로

그녀에게 반해버렸거든요.

윤선영 씨만 보면 자꾸 말도 버벅대고

바보가 되는 것 같아요.

윤선영 씨가 이사 온 후 3개월 동안

박경호 씨의 안절부절은 정말이지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윤선영 씨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

박경호 씨는 푹 삶은 시금치처럼

기운이 없어졌어요.


윤선영 씨는 우리 주인한테 관심도 없고,

다른 남자랑 열심히 데이트 중인데,

우리 주인은 속도 없이 윤선영 씨만 바라보면서

마음에서 쉽게 놓지를 못하네요.


주인은 나름의 꿈도 있는 거 같아요.

윤선영 씨의 마음에 자신의 자리가 생기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죠.


내 등에 윤선영 씨를 태우고

함께 멋진 곳으로 달리고 싶은,

오직 자나 깨나 그 생각뿐인 듯합니다.


요즘엔 내가 알던 그 박경호 씨가

아닌 것 같아요.

생각보다 더 윤선영 씨에게

빠져버렸나 봅니다.


이봐요. 박경호 씨!

내가 스쿠터라고 해서

아무나 태우고 싶은 줄 아세요?

내 등은 오직 당신한테만 허락된 거란 말이에요.

당신 외에는 그 누구도 태워주고 싶지 않다고요.


당신을 태워줄 수 있어서 행복했는데,

당신이 내 주인이라서 그저 좋았는데,

이제는 내가 인간이 아니라 스쿠터라서

막 슬퍼지려고 하네요.


그래도 박경호 씨!

내 마음이 좀 슬프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당신이 내 주인이라서 좋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을 좋아하니까요.


윤선영 씨 때문에 질투는 좀 나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이 슬픈 것보다는

당신이 즐겁게 활짝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웃으면 얼마나 멋진지

직접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의 사랑이 꼭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사랑이 이루어지고

윤선영 씨를 태우고 달리게 된다면

내가 기쁜 맘으로 쌩쌩 잘 달려줄게요.

그러니까 더 이상 바라만 보며

슬픈 표정 짓지 말고,

용기 있고 씩씩하게 윤선영 씨에게 고백하세요.

고백이라도 해봐야 미련이 남지 않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나죠.


혹시라도 윤선영 씨의 마음이

박경호 씨에게 오게 된다면,

박경호 씨가 윤선영 씨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도 기쁘게 생각할게요.

많이 많이 축하해 줄게요.


-언제나 당신을 바라보며 지켜주려는

당신의 스쿠터...


anastasiia-tarasova-Tjs4qGXgws0-unsplash (1).jpg ㄴ사진출처 : unsplash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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