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박 14일이 끝났다

우리가 함께 보낸 2주

by 마이드림

내가 혼자 나와서 살기 시작한 이후로

그렇게 긴 시간을 부모님과 있어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나

막막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처음엔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

아빠가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몰라서

케어를 어떻게 하나가 고민이었다.


그런데 막상 지내보니 며칠간은

모든 것에 폭풍 잔소리를 해대는 엄마 때문에

더 힘들었다. 정말 귀에 불나는 줄 알았다.

계속 이름을 불러대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그래도 인간은 어떻게든 적응을 한다.

세 명이 있기엔 좁은 공간에서 복닥대면서

나름의 정겨움도 있었다.

맛있는 요리를 해드릴 정도의 솜씨는 없지만

부모님을 위해 열심히 밥을 지었고,

엄마가 좋아하시는 김치전이라도 열심히 부쳤다.

내가 자주 만들어먹었던 떡볶이도 해드렸는데

부모님의 반응이 좋으셨다.


아빠와는 가까이 붙어 있게 되었으니

이럴 때라도 손 움직이는 활동과

걷기 운동도 하시게 했다.


그러다 보니 매일이 너무 바빠서

엄마와 나의 처음 우려와는 달리

생각했던 것보다는 2주가 빨리 지나갔다.


아빠는 내가 놀아드릴 때는 즐거워하셔 놓고

날마다 엄마한테 집에는 언제 가냐고 묻곤 하셨다.

기억을 못 하시는 것이 대부분인데도

신기하게 내 집이 아빠가 살던 집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인지하셨다.


긴 세월을 살았던 집이라 그런 건가?

아빠는 자꾸만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셨다.

집에 가신다고 문밖으로 나가시기라도 할까 봐

나는 매일 아빠께 말씀드려야 했다.

"그 집은 너무 오래되어 다른 새집을 짓는데요.

살던 사람들을 모두 나가라고 해서 지금은

거기 갈 수가 없어요.

몇 밤만 자고 나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해요."


내가 말씀드릴 때마다

오늘은 못 간다고만 이해하신 듯했다.

그렇게 날마다 오늘은 못 간다고 말한 지 2주가 되어

드디어 동생이 부모님을 태우러 왔다.


아빠는 가시면서 내게 그러셨다.

"우리 집에는 언제 와? 와서 한 달 있다 가."


드디어 집(물론 원래의 집은 아니지만)에 가게 됐다고

기분이 좋으셨는지, 아빠가 갑자기

말씀이 길어지셔서 깜짝 놀랐다.

우리 집에 와계시는 동안 제일 길게 하신 말씀이었다.


처음 우리 집에 오시던 날은,

나를 못 알아보시고 누구냐고 하셨었는데,

그래도 2주간 매일 얼굴 봤다고

가실 때는 다정하게 말씀하시는 것이

달라진 부분이었다.


아빠는 편찮으신 이후로

짧은 한마디를 못하시기도 했다가

기대 이상의 긴 말씀을 하시기도 하고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아빠는 당황스러움과 신기함 그 사이 어디쯤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물고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보니

그동안 엄마가 아빠 약을 챙기시느라

정말 많이 힘드셨겠다 싶었다.

지금은 약이 좀 줄어들었는데

아빠가 우리 집에 와계실 때만 해도

하루에 약을 네 번을 챙겨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약,

아침 식사 후에 약,

낮은 건너뛰고 저녁에 식사 후에 약,

취침 전에 약,

이렇게 하루에 네 번을 챙겨야 하는데

간단해 보였던 이 일이

막상 내가 하루 날 잡고 해 보려니

자꾸만 깜박깜박하게 되지 뭔가.


약을 챙기는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우리 엄마가 계속 너무 고생이 많으시구나 싶었다.


생각에 생각들이 겹쳐지며

그렇게 우리들의 2주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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