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늘, 다시 꿈꾸다

어른을 위한 창작동화

by 마이드림

나는 꿈이 많은 코바늘이었어요.

예쁜 뜨개질 작품을 많이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주인과 처음 만났던 날에

너무너무 신이 났었죠.


그동안 일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어요.

이제부터 나의 활약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죠.

내가 완성할 첫 번째 작품이 뭐가 될까

기대에 부풀어 있었어요.


그런데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하필 내가 만난 당신은 왕초보였어요.

인터넷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기초부터

연습을 시작해야 하는 당신이

나의 주인이 될 줄이야!


주인은 나를 손에 잡는 것도 어색해 보였어요.

처음이니까 그런 거겠죠.

왕초보여도 생각보다 빨리 배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주인이 나와 함께 환상의 콤비를 이루고

예쁜 작품들을 완성해 낼 날들을 기대하니

무척 설렜답니다.



설렘이 속 터짐으로 바뀌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솜씨 좋은 주인 만나는 것도 복불복이라더니

이렇게 손이 둔한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지 뭐예요.

동영상 보면서 따라 하는 데도 한참 걸리더니

왜 자꾸 순서도 까먹고 틀리는 거죠?

이러다 언제 뜨개질을 시작하나 싶어 속이 탔죠.


예전에 가게 선배들에게 전해 듣기로는

초보 주인을 만나면 손놀림이 어색해서

실을 너무 빡빡하게 잡아당긴다고 했었거든요.

털실 사이에 머리가 끼고 숨이 막히게 만드는

주인을 만나면 고생이 심하다고 말이에요.


막상 경험해 보니 정말 그랬어요.

뜨개질 통로를 빠져나갈 때마다

실에 걸려서 숨도 못 쉬게 만든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답니다.

그래서 나는 계속 온몸이 쑤시고 아팠어요.


내가 정말 주인을 만나고 제일 많이

외쳤던 말이 뭐였는지 아세요?

"캑캑... 콜록콜록.... 코바늘 살려!"

이 세 가지였어요


내가 뜨개질하랬지 나를 숨도 못 쉬게

털실 안에 꽁꽁 가두라고 했나요?

내가 한 코씩 통과할 때마다

온몸이 밧줄이나 철사로 묶이는 것만 같은

피로감이 정말 심했답니다.

털실 잡아당기는 힘 조절을 잘 못하는 주인 때문이었죠.


내가 원래는 초긍정 코바늘이거든요.

어지간하면 잘한다 칭찬해주고 싶은데,

이 주인은 연습을 아무리 해도

실이 뻑뻑한 것이 나아지질 않았어요.

내가 진짜 보다 보다 답답해서 사람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자동 코바늘로

다시 태어나고만 싶을 정도였답니다.



그래도 연습의 힘은 위대했어요.

툭하면 한코 빼먹는 엉성함을 보이면서도

떴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더니

그나마 조금씩은 나아지더라고요.


나의 꿈과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어설픈 주인 만나서 실망도 많이 하고

답답해한 적도 솔직히 많았지만요.

성질난다고 나를 집어던진다거나 하지 않았고

때려치우지도 않고 계속 연습한 거

그것만은 칭찬해주고 싶어요.


겨우겨우 방법 익힌 주인이 뜨개질 도전을

선언한 것은 목도리였는데요.

드디어 주인이 새 털실을 사들고 왔어요.


나는 주인 때문에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멋진 작품에 대한 기대는 사라진 상태였어요.

그냥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장하다 싶었답니다.

그렇게 솜씨가 없는데도 포기를 안 하니까요.


주인이 코바늘로 처음 떠보는 목도리라는데

처음의 설렘이 완성의 기쁨으로 끝날 수 있게

내가 당신의 손을 잘 이끌어주어야겠다 다짐했어요.


그 마음을 갖기 전까진 좀 짜증도 났었죠.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는 내 재능이

하필 주인을 잘못 만나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거 같았거든요.


너무 못하는 것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

나중엔 안타까워하다 정이 들더라고요.

이젠 무조건 주인이 완성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근데 아무리 봐도 코바늘인 내가 보기엔

주인이 뜨개질에 소질이 없긴 해요.


"뭐야, 왜 또 실이 뻑뻑해졌지?

목도리인데 전혀 부드럽지가 않잖아."


"자, 침착하세요. 한 코, 한 코 천천히!

실을 너무 많이 잡아당기지 말고,

내 머리가 실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헤엄치듯

매끄럽게 빠져나갈 수 있게 해 봐요."


뻑뻑한 실은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참 일관성 있게도 못하는 주인입니다.

그래도 내 응원의 마음이 닿았는지

주인의 손놀림이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주인은 스스로도 느꼈는지

"어? 내 손이 좀 자연스러워졌어."

라며 좋아했답니다.



무엇보다 내가 기뻤던 일은,

코바늘로서의 나의 고난이 드디어 끝났어요.

주인이 드디어 나를 숨 막히게 안 해요.

이제 내 목을 실로 감아 조르지도 않아요.

구멍에 머리가 끼게도 안 해요.

머리부터 쏙쏙 매끄럽게 잘 빠지게 부드러워진

손놀림이 너무 기뻐서 감격했잖아요.


목도리가 한 단씩 늘어갈 때마다

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조금이라도 주인의 손에 편하게 잡히도록

내가 얼마나 온몸에 힘을 빼면서 애썼는지

당신은 영원히 모를 거예요.


그럼 그렇지!

당신은 끝까지 나를 여유롭게 두진 않았어요.

좀 잘되어가나 싶으면 이내 실수를 반복했어요.


"어... 어... 잠깐만요! 한 코 빠졌어요.

거기, 바로 거기 빠진 거 발견 못하면

나중에 다시 풀어야 할 수도 있어요."


주인은 자꾸만 코 하나씩을 빼먹어서

열심히 뜨고 다시 풀고를 반복했어요.

많이 보니까 익숙해지고는 있지만

파트너로서는 걱정이 많아요.

이러다 목도리를 완성할 수나 있는 걸까요.


어설픈 손과 계속 호흡을 맞추다 보니

나는 참을성이 많아진 코바늘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기분입니다.

아, 나의 꿈이 참을성 키우기는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그런데요. 여러분!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인내가 가져온

결과가 뭐였는지 아세요?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은

꿈이 끝난 것이 아니더라고요.

주인이 드디어 목도리를 여러 개 완성해서

가족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답니다.


나, 다시 꿈을 꿔요!

다음 작품이 시작되는 그날을.


힘내라코바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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