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스란 Nov 05. 2023

곤드레밥집의 니모

니모를 찾아서

"오늘 점심은 어떻게 할 거야?"

"그냥 집에서 먹지. 왜?"

"곤드레밥집에 안 가?"

"알았어."

오늘은 외출 계획이 없었기에 꼭 가야 하냐는 말이 목까지 나왔지만 마지못해 간다고 했다.

갖가지 다른 모양새와 맛을 지닌 채소들을 그냥 풀데기라고 부르는 남편이 곤드레밥집을 좋아할 리 없는데 언젠가부터 곤드레밥집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돈가스와 떡볶이를 가장 좋아해 동네에 가게가 오픈하면 일주일 내에 가서 맛보고 맘에 들면 한두 달 매일 가서 먹을 수 있다. 새로 한 반찬을 두고도 라면을 끓여 먹고 내가 저녁을 못 차려주는 날엔 피자를 시켜 먹으며 집에 디저트로  빵, 콜라,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온다.

남편의 식성을 뻔히 알기에 더욱 의아했다. 식당이 공사현장 근처라고 하니 일하시는 분들과 식사하러 갔다가 어떻게 입맛이 맞아 가나보다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식당에는 니모가 있었다. 니모는 주인아주머니께서 식당 안에서 키우는 강아지다. 니모에 대해 자세히 들은 것은 없지만 자기를 잘 따르고 아주머니께서 굉장히 좋으신데 언제 우리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식사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지는 두어 달 되는 듯한데 언젠가 아주머니께서 어깨가 안 좋아 조만간 가게를 닫으실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따라나선 것이다.

어제는 니모 사진을 보여주더니 귀엽지 않냐며 자기가 그 동네 개아빠로 통한다며 신나서 이야기한다. 이상하게 동네 개들이 자기를 견제하지 않고 보면 반기고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도 여럿 된다는 것이다.

우리 집에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강아지 솜이가 있다. 세 살 된 하얀 암컷 포메라니안이다. 아마 남편에게서 우리 집 강아지 냄새가 나서 동네개들이 호의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인기 좋은 개아빠로 행복하게 두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1시 30분까지 가기로 약속을 해서 아들이 뒷좌석에서 솜이를 안고 차를 타고 움직였다.

거의 다 갔을 무렵 솜이 리드줄을 안 챙겨 온 것을 알았다. 반려견동반이라지만 리드줄 없이는 들어갈 수 없을 거 같아 걱정이 되었다. 약속시간 5분 전이라 다시 갔다 오기엔 너무 늦어 남편에게 전화해 아무 줄이든 좋으니 구해오라고 했다.

주소를 찍어준 곳으로 가서 아들과 둘이서 간판을 보는데 식당이름이 적힌 곳이 없었다. 네비주소를 다시 확인해도 못 찾겠어서 전화를 하니 식당 앞에 서 있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차양막에 가게명이 적혀 있고 간판은 벽 쪽에 붙어 있었는데 가로로 쓰인 체로 세로로 걸려있었다. 이러니 간판만을 읽으며 다닌 우리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뭐라도 들고 올 것을 기대했던 남편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솜이를 차에 두고 가족이 돌아가며 식사를 해야 하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먼저 식당 안으로 들어간 남편이 안쪽에서 그냥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는 줄이 없다고 입모양으로 말하고 눈짓, 손짓을 했다. 문을 빼꼼 열더니 그냥 들어오란다. 민폐란 생각에 정말 죄송한 마음으로 꼭 안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아주머니께선 반갑게 인사하시며 솜이까지도 반기셨다.

"네가 솜이구나. 바닥에 내려놓으셔도 돼요."

반려견카페가 아니고서는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기에 어떤 상황인지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남편 근처에 강아지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니모였다. 니모도 편하게 식당 안을 걸어 다녔다. 마음을 놓고 솜이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 탐색하느라 고개를 숙이며 식당을 누볐다.




메뉴는 미리 주문하여 테이블엔 이미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아들이 고른 닭볶음탕과 함께 콩밥과 곤드레밥이 솥째 놓여있었다. 정갈하고 맛있는 반찬이 열 가지 정도 있는데 모두 입맛에 맞았다. 반찬은 때마다 다르다고 하니 언제 와도 새롭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 맛있게 다 먹고 대부분의 반찬을 더 채워 먹었다. 정말 맛있는 식당이었는데 더 좋은 것은 역시 솜이를 데려갈 수 있다는 것과 아주머니께서 솜이까지 봐주시는 것이었다. 니모와 솜이는 서로 탐색이 끝났는지 여기저기 같이 다니며 아주머니 앞에 예쁘게 앉아 간식까지 먹었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다 느끼겠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해도 반려견동반 식당을 찾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위치, 음식 맛, 가격, 친절함 등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어 한두 가지는 포기해야 한다. 여긴 모두 갖춘 곳이었다. 더 빨리 와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니모를 식당에서 풀고 키우시니 니모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고 관리를 잘하셔서 개냄새도 안 나고 털도 거의 안 날리더라도 손님들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남편처럼 니모 때문에 오는 손님도 있지만 니모가 있어서 안 오시는 분들도 있다며 니모를 혼자 집에 두고 싶지도 않고 밖에서 키울 수도 없으니 오는 분들만 받는다고 하셨다.




니모는 4~6살로 추정되는 유기견이라고 하셨다. 동물보호소에 봉사도 가시고 가끔 임시보호도 하시는데 다른 강아지들과는 달리 조용히 눈으로만 말하는 온순한 니모가 눈에 계속 밟혀 가족이 되었다고 하셨다.

마침 오늘은 입양된 보호소 친구들이 함께 모이는 날인데 하남에서 모이는 거라 오가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서 식당을 일찍 닫고 가야 할지 고민을 하고 계시다고 했다. 내일은 친정어머니와 김장까지 하기로 하셨다니 고민하실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영종도에서 하남이면 쉽게 움직일 거리가 아니다.


니모는 한번 본 사람이면 계속 생각이 날 만한 강아지였다. 바로 눈빛 때문이다. 어쩜 이렇게 사람 앞에 조용히 앉아 빠져들 듯 쳐다보고 있는지 활발한 모습도 있긴 하냐는 것이 내 질문이었으니 말이다.

근처 공원 산책을 갔을 때 '아가'라는 강아지를 만나 뛰노는 영상을 보여주셨다. 내 앞에 있는 니모가 맞나 싶게 신난 모습이었다. 가족으로 만난 보호자에게 혹여나 피해가 될까 봐 밝은 모습을 감추며 식당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지내는 게 아닐까, 가족이 되어주신 주인아주머니에게 도움이 될까 솜이처럼 낯선 강아지가 와도 짖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선한 눈빛을 보내며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솜이를 안아보시면서 너무 작고 가볍고 예쁘다고 하셨다. 아들 니모를 안아보고 싶어 허락을 받았는데 안기 힘들거라고 하셨다. 주인아주머 아니면 혹시나 자기를 데리고 갈까 봐 엉덩이를 뒤로 빼고 두 발로 버티며 안기질 않는다고 하셨다. 결국 안아보지 못하고 그냥 쓰다듬으며 예쁘다고 말해주는 걸로 만족했다.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유튜브로 유기견 관련 영상을 종종 보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게 되고 보호소나 임보 봉사하시는 분들을 존경하게 된다.

매일 아침 온몸으로 사랑의 인사를 하고 누가 언제 들어오든 세상 첫 만남인 듯 반기는 우리 예쁜 강아지들, 온전한 사랑을 주는 아이들이 더 이상 버림받지 않고 가족들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직진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