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해야 했던 일
오랜만에 미꾸라지가 되었다.
예상 밖으로 흘러간 건 분명하지만 잔잔하게 흐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조금만 바뀌면 되는 줄 알고 지원만 요청했다.
갈수록 일이 커졌다.
어쩌다 보니 내가 있지 말아야 할 곳 가운데 서게 되었다.
당황스럽다.
분명 더 적합한 사람, 능력이 있는 사람이 서야 할 곳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을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만 조용히 하면 다른 사람은 모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실제로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그 자리는 내 것이면 안 되었다.
알고 보니 나처럼 조금씩 자리가 비껴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결국 나는 변경을 요청했다.
준비하던 사람들에겐 불청객 같은 일이다.
조금씩 바꾸고 있던 건은 분명하지만
이렇게 일이 벌어질 것은 몰랐을 것이다.
되도록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산다.
분탕질 같은 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더욱 싫다.
하지만 아주 가끔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있다.
나도 내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책임질 일들이 생기는 그런 일이다.
대면으로 하면 좋을 텐데
전화로 하면 좋을 텐데
글로만 생각과 마음을 전한다는 건 몇 배로 어렵다.
우리의 연결매체가 문자일 수밖에 없기에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 쉽지 않다.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해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 마음 무거운 일을 하느라
며칠 다른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
이젠 변경되어 자리 잡았다.
큰 게 하나 바뀌니
여럿이 조금씩 비껴가지 않아도 될 만큼이 되었다.
내가 변화의 중심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다른 누군가가 되어야 했다.
내 이기심으로 바꾼 건 아니지만
내가 시작한 것은 맞다.
누군가는 불편한 심정으로 나를 볼 수도 있다.
불편함을 표현한다는 것은 마음 무거운 일이다.
그 무게를 완전히 벗어던질 때까지 괴롭다.
고민하고 고민했다.
나만을 위한 것인지 모두를 위한 것인지
다행히 몇몇만 불편하고 끝날 수 있을 거 같다.
잘했다.
그렇다고 치자.
눈 질끈 감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
굳이 바로잡자고 일을 냈다.
이제 남은 일은
이 선택의 결과를 좋게 하는 것
"그때 이렇게 바꾸길 잘했네."라는 말을 듣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