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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게 별자리 타령

나도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by 고스란
미스터 션샤인 15화 중에서
난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봄, 꽃, 달...





오늘도 아들을 데려온 후 밤산책을 나섰다.

저녁으로 치킨을 먹었으니 양심상 다른 때보다 좀 더 걸을 요량이었다.


만만하게 걷는 씨사이드파크 힐링바닷길 전망대를 지나 인천대교 쪽으로 한참을 더 걸었다.


낮에 느꼈던 날씨를 감안하면 일교차가 크다 싶게 찬 바람이 불었다.





어제는 반달이 떴다.

낮부터 달을 보고 잠들기 전 창문을 닫기 전까지 보았다.




오늘은 약간 더 차오른 반달이다.

구름도 미세먼지도 없는 화창한 밤이다.

하늘엔 달도 선명하고 비행기 불빛에 맞먹도록 밝은 별도 몇 개가 보인다.

세 개의 별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문득 별의 이름이 궁금해진다.


이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생각하다 챗지피티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우선 내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나침반을 깔고 별의 위치를 읽었다.


"이 시각 37°28′21″ 북, 126°31′36″ 동에서 몇 도에 보이는 밝은 별은 무엇일까?"


이렇게 세 번의 질문이 오가니 궁금해하던 별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달 가까운 데부터 스피카, 안타레스, 베가였다.

자세히 찾아보니 헛웃음이 났다.






처녀자리의 스피카는 실제 두 개의 별이 서로 공전하는 쌍성계다. 약 22,400K로 매우 뜨거운 푸른 별이다.


전갈자리의 안타레스는 태양보다 수 백배 크고, 수천 배 밝은 1등성의 붉은 별이다. 550광년의 거리에 있기에 작게 보일 뿐이다. 초신성으로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단다.


거문고자리의 베가는 하늘에서 다섯 번째로 밝은 푸른 별이다. 지구에서 매우 가깝게 있다고 해서 보니 25광년이다. 빠르게 자전해 납작한 모양이라고 한다.


뭔가 위인을 몰라본 부끄러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순서대로 스피가, 안타레스, 베가다.

폰카메라 50배로 손으로 들고 찍어서 이게 최선이었다.


집으로 걸어오면서 밤하늘에 달과 세 별을 담은 이미지를 만들려고 꽤나 애썼으나 뭔가 부족하게 그려내기에 포기했다.




몇 년 전에 깔았다가 지운 스텔라리움을 다시 깔았다.

그때만 해도 필요에 의해서 깔고 사용하긴 했으나 용량만 차지하는 앱에 불과했다.

이젠 내가 좋아서 깔고 본다.

그렇게 여기저기 하늘을 올려다보고 화면과 비교하며 놀다 보니 11시를 훌쩍 넘겼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1시간 반이나 밖에서 밤하늘구경에 빠졌던 것이다.


집에 가서 할 게 있었고 책도 보려 했는데

모두 물 건너갔다.

그래도 글은 써야지.


한 폭의 별자리 그림으로 담기엔 거리가 좀 된다.

그래도 세 별을 달과 함께 남길 수 있어 감사하고 뿌듯하다.


스텔라리움 화면에서 여섯 개의 별이 좀 더 밝게 반짝인다.

내가 보고 찾아본 별은 그중 있다

위에서 약간 왼쪽의 밝은 푸른 별이 베가, 달의 왼쪽 아래 작은 푸른 별이 스피카, 가운데 아래 붉은기가 살짝 도는 것이 안타레스이다.

내가 꽃이름을 알고 부르 듯 별이름을 부르게 될 줄이야.

나머지 세 개의 밝은 별은 아직 모른다. 찾아보지도 않는다. 아직은 내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無用之用,是為大用
무용지용, 시위대용


장자의 '쓸모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그것이야말로 진짜 큰 쓰임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무용한 것들이 나에게 주는

평안함과 여유로움

해방감

존귀함

그리고 온전함

이것들을 어찌 쓸모없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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