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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ight Queen Oct 30. 2022

<일곱번째> 존경하는 선배 선생님

7. 잊을 수 없는 선배 선생님들

교사들은 휴머니스트들이 많다. 다른 직군에 비해서 훨씬.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정이 많고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감동 받는다.


남편이 우스갯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한다. 교사 퇴직금은 사기꾼꺼라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내가 스스로 돈 공부를 하려 노력한다.


많은 선생님들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한 분이 있다. 연배는 부모님과 비슷하시다.


항상 학생들에게 권위적이면서도 친근한 캐릭터이셨다. 그녀가 한 마디 하면 비뚤어진 아이들도 그 앞에서는 바르게 행동한다.그리고 그게 시간이 지나며 마침내는 형성된다.그야말로 변화를 목도하고 있으면 한 인간의 힘이, 교사라는 존재가 위대하게 느껴졌다.


체육대회에서 항상 1등. 성적도 상위권인 반이 형성 된다. 학기 초 그런  pool을 의도적으로 가져가셨을 수도 있지만 옆에서 보기엔 대부분이 그녀의 내공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연속 2년. 같은 학생들을 놓고 느낀 긍정적이고도 건전한 변화는 실로 대단했다.


그녀는 회의시간에 이렇게 말하곤 했다. 교사는 예술가라고. 교육학 어딘가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학생들을 교육적 심미안을 가지고 봐야한다고.


내가 느끼는 교사라는 직업은 그러하다. 교사는 예술가여야 한다. 때로는 학생들에게 권위있어야 하며 때로는 학생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춤 출 수있어야 한다고. 그걸 아주 잘 구분해야한다. 사시사철 다르고. 오전과 오후가 다르다.


한바탕 어깨동무 춤을 추는 수업을 하고 나오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날아가는 것 같다. 이래서 그만 둘 수 없다. 내겐 너무나 매력적인 시간이다. 아이들과 쿵짝이 맞는 수업을 하고 나오면 즐겁고 행복하다. 그렇게 제일 무섭다는 미운정 고운정을 쌓은 학생들이 지금 근무하는 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엊그제 금요일에는 2학년에서 가장 밝고 건강한 망아지같은(같다고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었던 학생) 학생이 나를 불렀다. 영어교실에서 내 분필케이스를 하나 가지고 왔다. 내 손때가 묻어 학기초 붙여놓은 이름스티커에 이름이 사라져있다. 이걸 갖고 싶다고 했다. 왜? 제 꿈이 교사 잖아요 쌤.


평소 그 학생이 더 좋아하는 선생님 분필케이스를 가져갈텐데 왜 내 것을 가져가려고하는걸까. 학생의 말과 표정에서 나오는 형언불가능한 밝은 기운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 선뜻 그러라고 해주었다. 손때가 묻어 닳아진 내 이름 스티커 위로 예쁘고 귀여운 글씨체로 프린트한 내 이름이 붙은 새 스티커를 다시 붙여줬다.


분필케이스를 받고 자기 반으로 뛰어가는 학생의 발걸음은 흡시 명품백을 사고 백화점을 나가는 내 발걸음이었다.(아직 백화점에서 사본 적은 없지만..있다면 그러하리라)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학생들과 있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이 시간이 정말 즐겁다. 그 학생들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선배 선생님들이 많이 있어서 행복하다. 어려워서 도움을 요청할 때도. 고민하다 답을 여쭤도 흔쾌히 함께 이야기나눠주는  선배선생님들을 많이 만나서 좋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귀한 인연들이다.


아. 이래도 되는걸까. 이 직업을 이래서 그만 둘 수가 없다.


이전 07화 <여덟번째> 귀향. 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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