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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ight Queen Oct 30. 2022

<여덟번째> 귀향. 귀촌.

8. 남편을 만나다.

벚꽃과 단풍. 색색의 향연이 가득한 아름다운 교무실에서 일하게 된 그 해 2월 말. 3월 초부터 근무를 해야하는데 미리 연락이 왔다. 하루나 이틀 정도 먼저 나와달라고.


네. 결국 아빠의 소원대로 나는 시차를 두고

교육 경력을 쌓고 월세를 집주인들에게 기부하고

내려왔다. 눈물을 머금고.

안녕 서울. 안녕 내가 못다 이룬 꿈들. 내려오는 케이티엑스에서 얼마나 착잡한 심정이었는지 모른다.


더군다나 지원해서 될지 안될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마법으로 인해 필기시험 당일 컨디션이 최악이었으니까.

안 되면 말지뭐. 고기나 먹자.

엄마는 불안해하는 내게 그렇게 말하며 소고기를 구워주셨다.


결과는 오라는 소리. 2월 말에 인사하러 간 학교는 작고 소박했다. 오래된 학교 답게 반들을 찾으러 다니려면 이리저리 미로를 찾아야했다.


나름대로 잘 생기고 젊은 남자 부장 선생님의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다. 윗 동네 여고에서 내려온 수학 선생님과 셋이서 시골 냄새 가득 나는 전라도식 보글보글 국밥을 먹었다. 대도시에서는 이런 인정이라곤 느낄 수 없는데. 따뜻한 국밥의 온기만큼 오랜만에 내려온 고향은 따뜻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장소들이 소도시라 이동시간이 20분을 넘기지 않았다. 행복했다.


오랜만에 내려온 내 방은 막내동생의 방이되어 잘 곳이 없었다. 오랜 타지 생활과 싸구려 침대에 허리가 아픈날 배려해주신다며 부모님은 선뜻 안방을 내 방으로 꾸며주셨다. 에이스 침대. 나이가 먹었어도 거기에선 잠이 잘 왔다. 집에 와서는 한 동안 잠벌레 처럼 잠만 잤다.


안색이 좋아졌다. 아빠랑 엄마가 텃밭에서 키운 상추요리와 갖가지 신선한 채소들로 만든 반찬들

할머니가 만든 젓갈향 가득한 김치가 올라왔다.

손하나 까딱안해도 엄마표 식탁은 금새 완성 되었다.


부장선생님은 시골국밥을 먹이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신축 현장을 지나며 이렇게 말했다. 둘 중에 누가 저 아파트 주인 될꺼에요?


000 선생님꺼라면서요. 나는 누군지 몰랐다. 그리고 나는 몇 년 후 그 집의 안주인이 되었다.


그는 키가 컸다. 얼굴이 작았다. 손발이 길어서 마치 모델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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