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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sight Queen Oct 30. 2022

<여섯번째> 학생을 지도할 때는 2

같은 실에서 일하던 선생님들과 저녁 늦게 일이 끝나고 모처럼 야간자율학습 시간이 셋 다 비어 함께 술집으로 이동 했다. 역시나 술은 맛없었다. 맥주도 소주도. 나보다 너댓살 이상으로 나이가 많은 오빠들 중 한 사람은 취기가 올랐을 무렵 이야기했다. 


- 혹시 일본영화 ~ 알아요? 본 적 있어요?

- 아니오? 그게 무슨 내용인데요?

- 거기서 주인공이 예전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말하거든요.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기억난다. 항상 매를 때렸던 것 같은데 나는 그 선생님이 싫지 않았다. 왜냐하면 매를 때릴 때 감정을 싣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이 있어요.


양손 팔짱을 끼며 취기가 오른 얼굴로 이야기 했다. 그의 얼굴에는 사람좋은 냄새가 가득했다. 그는 친구들이 주변에 항상 많은 사람이었다. 이 친구, 저 친구. 항상 다양한 친구가 곁에 있는 것아 내심 부러웠다. 나도 그랬는데, 나도 저렇게 친구가 많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외롭다.


그러니까. 학생들에게 감정을 실어서 대하지 말라는 거네. 

라는 결론도 나중에 골똘히 생각해보다 냈다. 나는 심리적으로 뇌가 생각하는 기능을 잠시 멈춰버린 사람이었다. 그게 부모와의 오랜 갈등이 원인이었다는 것도 몰랐다. 

내가 내 마음을 너무 몰랐다. 내 마음에, 내 귀한 청춘에게 너무 못할 짓을 한 것같아 미안하다.


교사라고 생각도 하기 싫었던 내가 임용고시 시험을 준비하고 싶단 결정을 내린건. 그 당시 일했던 학교의 같은 계약직 선생님 때문이었다. 그녀는 학교에서 여신과 다름없었다. 평범하게 입은 옷 사이로 그녀의 신체는 더욱 돋보였다. 베이지색 펑퍼짐한 바지를 입어도 그녀의 실루엣은 같은 여자인 내 눈에도 보였다.


모든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일자다리. 잡티하나 없이 꺠끗한 피부. 편안해 보였던 그녀의 주위에는 항상 학생들이 많았다. 그녀는 명문대학 출신이었다.


처음에는 마음속에서 비웃음이 나왔다. 명문대나 지방대나. 여기서 기간제 하는건 똑같네.


가까이 그녀를 관찰 해보니 그녀는 저녁에 뭘 하는것 같았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일을 하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다른 집중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임용고시임을. 2년째 도전이라고 했다. 급식을 먹으며 우연히 만나 이야기 해보니, 우리는 동갑이었다. 그리고 임용고시 첫 수 실패가 상당히 그녀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작년 시험에서 아주 아쉽게 당락이 좌우 된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녀가 이야기했다. 쌤은 임용고시 준비해?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응 하긴해요. 그냥 얼버무렸다. 


그녀는 밤마다 역근처 오피스텔로 간다고 했다. 거기에 공부방이 있다고 했다. 그 공부방은 S모 대학을 졸업해 국내 굴지의 초대기업에 근무중인 능력있는 남친이 전세로 계약한 곳이라고 했다.


그녀는 뛰어났다. 특히 시험문제를 출제할때 모든 유형의 지문을 한 눈에 파악했다. 단 한번도 이렇게 뛰어난 선생님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당시 내게 롤모델이었다.


이미 한 차례 대학원에서 엄청난 레벨의 차이를 경험했던 나였기에 무기력은 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2월. 졸업식. 너무나도 예쁜 그녀는 임용고시에 합격했다고 했다. 손을 잡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능력있는 남친과 곧 결혼한다고.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부러웠다. 처음으로 내 마음을 다해 내 영혼까지 끌어모아 시샘이 나는 존재였다.

간간히 올라오는 카카오스토리에 파리에서 찍은 신혼여행 겸 포토 사진이 올라왔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녀와 6살 차이가 난다고 했다. 파리에서 찍은 사진은 정말 황홀해보였다.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이지만 정말 눈이 부셨다. 나는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그녀의 스토리를보며 다짐했다. 와. 나도 꼭 나랑 6살 차이나는 사람이랑 결혼해야겠다. 

나도 임용고시라는걸 준비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 눈앞에 그녀가 마주하고 있는 편안하고도 행복해보이는 현실이 나에게도 나타날 것 같았다.


이듬해 학교를 두고 임용고시에 준비할 여건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책을 구입했다. Y모 강사가 1타라고 했다. Y모 강사의 수업을 100만원 한도 카드를 만들어 할부로 끊었다. 엄마한테 전화로 말했다. 엄마. 1년만 해볼게요. 수업과 공부는 내가 해볼테니. 월세랑 관리비만 1년 지원해주세요.

엄마는 아빠랑 상의해보겠다며 떨떠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드디어 모든 비합리와 불합리를 학교에서 경험했던 내가 기간제 선생님을 그만 두고, 정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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