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 13일: Something Different
이번에는 살짝 독특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들을 골라봤다. 크리스마스 시즌, 아름다운 중세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킬러들의 이야기, 동명이인과 닮은꼴을 소재로 들려주는 첫사랑 이야기,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년과 늑대개의 이야기, 오래된 연인들이 벌이는 위험한 시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흥미로운 매기의 계획에 관한 이야기까지. 겨울 영화에도 다양성은 있다.
감독 레베카 밀러 Rebecca Miller
각본 레베카 밀러 Rebecca Miller
출연 그레타 거윅 Greta Gerwig, 에단 호크 Ethan Hawke, 줄리앤 무어 Julianne Moore
매기는 뉴욕의 한 대학에서 예술전공 학생과 기업을 이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남자와 오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을 어려워하던 그녀는 수학과 출신으로, 현재는 피클 사업을 하고 있는 대학교 동기에게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갖기로 계획한다. 어느 날 그녀는 급여가 중복 지급되었다는 것을 알고 대학 사무실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인류학 교수인 존을 만나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친 후 대화를 주고받게 되고, 소설을 쓰고 있던 존은 매기에게 자신의 소설을 읽어줄 것을 부탁한다. 존의 소설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진다. 매기는 그녀의 계획에 따라, 기증받은 정자를 가지고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바로 그때 존이 찾아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관계를 갖는다. 유부남이었던 존은 이후 아내인 조제트와 헤어지고 매기와 결혼하여 릴리를 낳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소설 쓰기를 계속한다. 그러나 좀처럼 소설은 마무리가 되지 않고, 전 아내인 조제트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결혼생활 등으로 인해 매기는 점점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 되어 간다. 그리고 마침내 조제트를 찾아가 존을 그녀에게 돌려보내기 위한 계획을 제안한다.
이 영화가 주는 주 감정이 설렘이 아님에도, 다른 어떤 감정 보다도 그것이 가장 마음에 남는데, 그건 바로 매기의 대학 동기인 가이 차일더스가 그녀에게 정자를 전해주러 오는 장면에서 비롯된다. 가이가 매기에게 은근히 내비치은 감정이 묘한 설렘을 자극하고, 금세 사라지는 그 설렘은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금 시작된다.
감독이나 각본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면 영화를 보면서 아마 '우디 앨런'을 제일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연과 역설의 이야기가 그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지만, 그의 작품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의 딸인 레베카 밀러의 작품인데, 한 번도 그녀의 작품에 마음이 간 적 없었던 내게는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녀의 다음 작품이 은퇴를 선언한 그녀의 남편,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주인공으로 한 것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감독 랜덜 클라이저 Randal Kleiser
각본 잔느 로젠버그 Jeanne Rosenberg, 닉 씰 Nick Thiel, 데이비드 팰런 David Fallon
출연 에단 호크 Ethan Hawke, 클라우스 마리아 브랜다우어 Klaus Maria Brandauer
1896년, 알래스카와 그 주변으로 금을 발굴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던 시절, 잭 콘로이는 아버지가 보낸 금광 지도와 금가루를 가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알래스카로 가 아버지의 친구였던 알렉스와 스컹커를 만난다. 잭은 그들을 졸라 클론다이크까지 함께 가기로 하는데, 그 과정 가운데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늑대의 습격을 받기도 하며, 결국 스컹커를 잃는다. 잭 무리를 습격한 늑대들 중에 있던 한 암컷 늑대개는 몸에 총상을 입고 새끼가 기다리고 있던 굴 앞에까지 가서 죽는다. 어미를 잃은 새끼 늑대개는 먹이를 찾아 설원을 헤매다 원주민이 쳐놓은 덫에 걸려 원주민의 손에서 길러지고, White Fang(하얀 송곳니)이라는 뜻을 가진 '마이 턱'으로 불리게 된다. 간신히 클론다이크에 도착한 잭과 알렉스는 그곳에서 겨울을 보내고 날이 따뜻해지자 배를 몰아 최종 목적지인 잭의 아버지의 금광으로 출발한다. 가던 중 원주민 마을에 며칠 머물게 된 잭 일행은 그곳에서 늑대개를 만나게 되고, 늑대개는 숲에서 곰에 쫓기게 된 잭을 구해준다. 그러나 잭과 늑대개의 짧은 만남은 이렇게 끝이 나고, 잭과 알렉스는 다시 길을 떠나 금광에 정착하여 금을 캐기 시작한다. 그 사이 늑대개는 주인을 따라 시내에 나갔다가 악당들의 계략으로 인해 잔혹한 방법을 통해 투견으로 훈련되고, 투견장에서 불독에게 물려 죽기 직전, 잭에 의해 구출된다. 잭은 늑대개를 데려가 보살핀다.
이것은 찐 사랑 이야기다. 보통 이런 영화를 보면 사람과 동물의 우정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건 사랑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잭이 늑대개를 만나는 순간, 둘은 첫눈에 반한다. 둘은 감정을 나누고 삶을 공유하고 위험을 함께한다. 우정보다는 사랑이라고 해야 둘 사이가 어떤지를 더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영화는 평화로운 영화는 아니다. 눈 덮인 설원을 달리는 일곱 마리의 개와 세 명의 사람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 불안 불안하고, 악당들의 모의가 잭과 늑대개를 어떻게 얼마나 괴롭힐지 두렵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일시정지를 누르고 싶을 만큼 심장이 쪼그라들고 스트레스에 짓눌리지만, 잘 참고 견디면 완벽한 해피 엔딩을 누릴 수 있다.
감독 브라이언 크레이노 Brian Crano
각본 브라이언 크레이노 Brian Crano
출연 레베카 홀 Rebecca Hall, 댄 스티븐스 Dan Stevens, 지나 거숀 Gina Gershon, 프랑수아 아르노 Francois Arnaud
안나와 윌은 오랜 시간을 사귀어온 커플이다. 서로를 알만큼 알고, 또 그만큼 서로를 사랑한다. 윌은 둘이 결혼해서 함께 살 집을 구해 직접 내부 리모델링을 하고 있고, 리모델링을 마치는 대로 안나에게 청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둘은 안나의 남동생 헤일과 그의 연인 리스에 의해 조금 위험한 시도를 시작한다. 서로에게 자유연애를 허락한 것이다. 오랫동안 익숙해진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 보며 테스트를 해보자는 것.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다. 왜 저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걸까, 왜 굳이 저런 시도를 하는 걸까? 왜 저렇게까지 해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두 번째 이 영화를 봤을 때에는 과연 저들이 정말 헤어지고 끝났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다시 만나지 않았을까?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서로를 알아왔고 만나왔지만, 서로에게 솔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겨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흔들리는 사랑이 따뜻한 봄을 맞아 꽃을 피우는 시기가 올 것이란 기대가 되었다.
감독 이와이 슈운지
각본 이와이 슈운지
출연 나카야마 미호, 카시와바라 타카시
하얀 눈이 쌓여있는 고베, 후지이 이츠키의 3주기 추모식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츠키의 여자 친구였던 히로코는 추도식 후 이츠키의 부모님 댁에서 그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게 된다. 그녀는 이츠키의 어머니로부터 중학교 시절 오타루에 살았던 이츠키가 3학년에 올라가면서 전학을 가게 되었고, 당시 살던 집은 도로가 생기면서 사라졌는 얘기를 듣는다. 졸업앨범을 뒤적이던 히로코는 우연히 이츠키의 옛 주소를 발견하고는 이츠키 앞으로 편지를 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츠키로부터 답장을 받는다. 계속 편지를 주고받던 히로코는 답장을 보내는 이츠키가, 죽은 이츠키와 같은 중학교에 다녔던 동명의 여자임을,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외모와 매우 닮았음을 알게 되고, 그에게 이츠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부탁한다. 히로코의 부탁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놓던 이츠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러브 레터'라고 하면 새하얀 설원에서 외치는 '오겡끼데스까? 와타시와 겡끼데스'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그 장면만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독특한 소재로 첫사랑의 풋풋함과 설렘을 소환한다. 동명이인인 두 남녀, 외모가 닮은 두 여인의 이야기가 새하얀 눈을 배경으로 펼쳐 지며 감성을 자극한다. 주제곡인 'Winter Story' 또한 자연스럽게 설원의 히로코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이 영화는 어김없이 내 마음에 떠오르고, 매해 이츠키와 히로코의 이야기에는 새로운 감성이 덧입혀진다.
감독 마틴 맥도나 Martin McDonagh
각본 마틴 맥도나 Martin McDonagh
출연 콜린 패럴 Colin Farrell, 브렌단 글리슨 Brendan Gleeson, 랄프 파인즈 Ralph Fiennes
크리스마스 시즌, 벨기에의 아름다운 중세도시 브뤼헤에 두 명의 킬러가 도착한다. 브뤼헤의 아름다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며 불평만을 쏟아내는 레이와 그런 그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켄. 둘은 보스인 해리의 지령을 기다리며 브뤼헤에 머문다. 레이가 영화 촬영장에서 만난 클로이를 만나러 나간 사이, 켄은 해리로부터 지령을 전달받는다. 중대한 규칙을 어긴 레이를 살해하라는 것. 해리는 레이가 죽기 전, 아름다운 도시 브뤼헤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기를 바라며 그를 그곳으로 보낸 것이었다. 지령을 받은 다음 날, 켄은 해리의 명령을 따라 '유리'라는 남자에게 총을 받으러 가고, 공원에 있는 레이를 찾아 나선다.
이 영화는 '쓰리 빌보드'로 잘 알려진 마틴 맥도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후 나온 첫 장편영화여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세 명의 킬러들이 도착한 브뤼헤는 '북쪽의 베니스'로 불리는 작은 중세도시이다. 반나절이면 온 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도시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관광 도시이기도 하다. 맥도나 감독은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로 가득한 이 아름다운 유럽의 중세도시에 세 명의 킬러들을 배치함으로, 독특한 스타일의 블랙코미디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감독이 선택한 세 명의 배우, 콜린 패럴, 브렌단 글리슨, 랄프 파인즈의 연기를 보는 것도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좋은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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