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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Aug 23. 2022

붓꽃, 아이리스

예언을 닮은 꽃


존 버거의 <벤투의 스케치북>를 읽으며  붓꽃의 당당함을 찬양하는 글과 드로잉 작품을  만났는데,  나도 꼭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당당한 꽃은 없다. 아마도 꽃잎이 벌어지는 방식과 관련이 있는  같다. 이미 모양이 잡힌 꽃잎, 붓꽃은 마치 책이 펼쳐지듯 벌어진다. 동시에  꽃은 가장 작은, 건축적 구조의 본질을 담고 있다. 나는 이스탄불의 술레이만 사원을 떠올린다. 붓꽃은 예언 같다. 놀라우면서 동시에 고요한.” < 버거, 벤투의 스케치북,  p.112>


확실히 붓꽃의 꽃잎은 여느 꽃과 다르다.

총 6개의 꽃잎이 있는데 아래로 3개가 늘어지듯 자라고, 나머지 3개는 수직으로  자란다. 더 재미난 것은 아래로 펼쳐진 꽃잎 3장 위로 꽃잎 닮은 암술대가 삼발이 모양으로  뻗어 있다. 그리고 그 암술대 바로 밑에 수술이 숨어 있다.


이렇게 오묘하게 자라는 붓꽃을 두고, 존 버거는 이스탄불의 술레이만 사원을 떠올렸다 한다. 궁금해서 사진을 찾아보았다.


 <슐레이마니예 모스크 >  *출처: 나무위키

도대체 붓꽃은 어떤 모습이길래 ‘예언’이라고 했을까?

언뜻 보더라도  모양의 예배당은 꽃잎을, 뾰족한 첨탑은 봉우리를 닮았다. 아라베스크 무늬의 모스크에서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역사와 이슬람교로 이어지는 연상을 하다  ‘예언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도  있을  같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모스크를 닮은 이 꽃에 그리스 로마 신화의 무지개  아이리스(iris)이름을 붙여줬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꽃봉오리가 검은 먹을 품은 붓을 닮았다고 해서 붓꽃이라 불리운다. 아마 꽃잎이 너무 독특해서 마땅히 붙여줄 이름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지 않았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뵜다.


 버거의 표현처럼 ‘예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면 어떨까?

실제로 붓꽃은 벌을 유인하기 위해 특별한 꼼수를 쓴다고 알려져 있다. 아래로 벌어진 꽃잎의 시작부분은 벌의 몸통을  샛노란  호피 무늬를 띠고 있다. 벌이 노란 호피 늬를 꿀벌 친구인 줄 알고 꽃잎 속을 헤집고 들어가면 이불처럼 위를 덮고 있는 암술대 아래에 겨진  만나게 된다.


“노란 길을 따라가라. 그러면 꿀을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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