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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Nov 19. 2022

그림 배우길 참 잘했다.

막상 해보면 별일 아니다.



드로잉 저널을 쓰고 나서부터 외출할 때는 꼭 스케치북을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4B연필과 온갖 종류의 펜이 들어있는 연필통도 잊지 않는다. 아직은 연습량이 턱없이 부족하여 손에 익은 도구가 없는 데다 혹여나 우연히 만나게 될 행운의 감을 놓칠까 하는 조바심에 펜도 굵기별, 브랜드별로 다 챙긴다.


카페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졌다. 커피나 디저트가 얼마나 맛있냐가 아니라 그림 그릴 만한 장소인지를 먼저 살핀다. 아무 커피나 시킨 다음, 그림 그리기에 적합한 테이블 위치를 아주 신중하게 고르는데, 이왕이면 사람들이 별로 없고 테이블 간격이 넓으면서 창이 너른 곳을 선호한다.


아직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도저히 스케치북을 펼치지 못하겠다. 쓱쓱 그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서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버겁다. 남들의 눈치 보지 않고 내 실력을 그대로 내보이는 일이 마치 속살을 내비치는 것만큼이나 부끄럽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날은 카페 손님이 나밖에 없었다. 오늘은 내 눈앞에 있는 커피와 빵이 아니라 고개들어 카페 풍경도 한번 시도해보자는 용기가 났다. 그런데 하필 이날따라 온갖 드로잉 펜이 든 연필통을 깜빡하고 말았다..


사장님께 빌린 뻑뻑한 볼펜으로 밑그림 없이 바로 그린 후 집에 와서 채색했다.

첫 시도치곤 괜찮다. 막상 해보면 별일 아닌 줄 아는 것만 해도 이미 성공했다.






두번째는 확실히 쉬워졌다.

카페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수다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 되었을 ,  조용히 책을 덮고 스케치북을 꺼냈.

집중해서 카페 내부 풍경을 그리다보니 수다 소리가 더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림 배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들른 카페에 앉아 세상  가진 여유로운 자세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내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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