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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Nov 22. 2022

늦가을 석양

이름 없는 무수한 색

우리 동네 산책길 끝은 안심습지로 이어진다.  안심습지에서는 텃새, 철새를 가리지 않고 온갖 철새를 볼 수 있으며, 물고기들이 산란철이 되면 강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수면 위로 펄쩍 뛰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수달이 헤엄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그야말로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자연이 숨 쉬는 곳이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습지 주변부를 따라 경부고속선 철로가 나있다.  시속 수백 킬로 속력을 내며  KTX, SRT 열차가 수시로 달린다. 고속 열창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들판 곳곳에 전봇대가 박혀있고 사이로 고압전선 뭉텅이들이 치렁치렁 달려있다.


산책을 다닐 때마다 검은 선으로 갈라져 있는 하늘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이곳이 늦가을 석양이 배경이 되어주니 문득 다르게 보였다. 눈엣가시 같기만 하거추장스러운 조형물이 이상하게 멋진 그림 소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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