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결심부터 이사 진행까지
약 한달만에 모든걸 번갯불에 콩볶듯이 마치고
새로운 집에 들어선 첫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행복' 이였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아파트 형태의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정말 어릴 때,
초등학교 1학년 이후로는,
내 방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항상 방 하나짜리, 혹은 두개짜리 집에서
부대끼며 살아 왔는데,
비록 진짜 아파트는 아닌
주거형 오피스텔이라고는 하지만,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24평의,
흔하다면 흔한 방 3개, 화장실 2개의
이 공간이
온전히 우리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순수하게 너무 행복했다.
거기에 더불어 이 집의 전세보증금이,
서울에서 살던, 투룸 빌라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 나를 더욱 신나게 만들었다.
와이프와 방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떻게 집을 꾸밀지 등을 의논하며,
함께 행복한 꿈을 꾸었다.
그대로 서울에 있었다면 절대
누리지 못했을,
누릴 수 있다고 할 지라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이런 생활을 이렇게 단기간에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연봉협상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지난 시간들이 한순간에 싹 잊혀졌다.
이사를 마친 후,
집 근처를 둘러보면서 또 한번 만족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대형마트와 영화관,
그리고 쇼핑 아울렛이 있고,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푸릇푸릇한 산책길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사는 이유를
말할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는
좋은 인프라이다.
하지만 30년 넘게 서울에 살다가,
지방으로 내려온 나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거짓말이다.
물론 강남 한복판의 인프라는
훨씬 좋겠지만,
서울은 아직까지 달동네와
고급 아파트가 공존하는 곳이다.
나름 강남 3구라고 불리는
송파구에서 산적도 있지만
(물론 반지하집이였다..^^)
내가 살았던 그 서울 어떤 지역보다
이곳의 인프라가 더 좋았다.
지방의 특성상,
새롭게 계획된 도시가 많고,
지방 신도시들의 경우
계획 도시이기에 모든 인프라들이
집중되어 있다.
그렇기에 땅값이 비싸,
난개발이 될 수 밖에 없는 서울보다
지방 도시들이 더 깔끔하게 정비되고
인프라가 갖춰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완전 시골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같은 주거비용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본다면,
인프라적인 부분은 지방의 압승이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대형마트에서 집에 필요한
비품들을 조금 구비하고,
근처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다음엔 여기여기 가보자!'
하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배달 음식과 함께,
이사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직장으로의
첫 출근을 준비하며
하루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