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2주 반이 순식간에 지나고, 내일이면 다시 뉴욕으로 떠난다.
그동안 사랑하는 사람들과 힐링하고, 미래를 위한 보석 같은 선물을 받았다. 힘들고 외로울 때, 받은 선물 펼쳐보며 다시금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한국방문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은 "엄마의 인생샷 찍기"와 "드라이플라워 지도자 자격증 따기" 그리고 "친구들과 힐링 여행" 이였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도착해 보니 엄마의 몸이 안 좋으셔서 이번엔 "엄마의 병간호"에만 몰두해야 보다! 라고 마음을 비웠었다. 기다리고 기다린 한국 여행이었으나 계획대로 안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엄마가 병원을 옮기고 약을 바꾸며 몸이 급속도로 회복하셔서, 계획한 일들을 모두 할 수 있었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스케줄이었지만, 몰입과 집중으로 끝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한국 여행을 마무리한다.
#1 88세 엄마 인생샷 찍어 드리기
올초 엄마의 자서전 마무리를 할 무렵, 표지에 넣을 사진이 적당치 않아 적잖이 당황했다. 근래에 찍은 사진은 늙고, 우울해 보였다. 밝은 표정의 사진은 너무 오래전의 사진이라 또 마땅치가 않았다. 결국 사진을 넣긴 했는데 보는 내내 마음에 안 들었다. 좋은 스튜디오에 가서 사진을 찍어 드리려고 미국에서부터 알아봤다. 예약하고, 자꾸 사양하는 엄마를 겨우 모시고 갔는데 세상에나! 얼마나 재밌어하시는지 즐겁게 촬영했다. 사진은 3주 후에나 보내준다고 해서 우선 핸드폰으로 찍어드렸는데, 매일 보고 또 보고 행복해하신다.
88세 친정 엄마의 인생샷
#2 드라이플라워 지도자 자격증
그동안 꽃으로 다양한 소품을 만들었는데 대부분이 내 마음대로였다. 다들 예쁘다고 했으나, 마음 한편에 제대로 한번 공부해 보고 싶단 생각이 있었더랬다. 꼭 하고 싶은 10주 동안 10 작품을 완성하는 고난도 자격증 코스가 있는데 난 이틀 동안만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그래도 집중해서 도전해 보고 싶었다. 상담을 한 선생님이 "글쎼요, 손이 빠르고 순발력이 있어야 하는데 하실 수 있을까요?" 하면서 반산반의하길래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받아달라고 했다. 앞으로 온라인 클래스 개설에 도전할 생각이라 기초부터 한번 점검해 보고 싶었다.
스튜디오가 남양주에 있어서 새벽에 서초동 집을 나서 마을버스와 광역버스를 타고 왕복 4시간에 걸쳐 통학했다. 마침내 이틀 동안 10개의 작품을 완성하고 "드라이 플라워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선생님이 총평에서 빠르고, 꼼꼼하며 창의적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렇게 열정적인 학생은 처음 보고, 소질이 아주 많다고 과분한 칭찬도 해주셨다. 수업을 이끄는 방법과 소비자가 좋아하는 소품 선별, 그리고 구입처 등 실용적인 팁들을 정말 많이 배웠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최선을 다한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3 친구들과의 힐링 여행하기
친구들마다 좋아하는 취향이 분명해 다양한 엑티비티를 즐겼다. 여행좋아하는 친구는 서울 근교의 가을여행지를, 맛집좋아하는 친구는 곳곳의 맛집을 데리고 다녔다. 유쾌하고 수다떨기 좋아하는 친구와는 둘레길을 걸으며 끝도 없이 나오는 과거와의 추억여행을 했다.
속리산의 단풍, 말티재의 노을을 눈에 담고 청담대를 다녀왔다. 대학 시절의 추억이 깃든 남이섬도 갔는데 예전의 호젓함은 없었지만, 청평 호수길의 노란 단풍은 예전 그대로여서 반가웠다. 예쁜 거 좋아한다고 쁘띠프랑스와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멋지게 가꿔진 가을꽃과 식물도 원 없이 봤다. 해 질 녘 석촌호수와 낙엽 쌓인 올림픽공원을 걸으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새빛둥둥섬도 다녀오고 인사동에서 즐거운 추억도 쌓았다.
나이가 들면서 친구가 더 소중하고 좋아진다더니, 함께 인생길을 갈 수 있음이 정말 귀하다. 일 년에 한 번 만나니 더 애틋한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이 아낌없이 시간을 내고, 동행함에 고맙고, 미안하고, 마음 부자가 된 듯 든든하다.
친구들과 다닌 여행지와 맛집
그 외에도, 한국에 있는 동안 작년에 이어 나만의 달력을 완성했다. 내가 만든 소품 중 베스트 12를 골라 조그마한 탁상달력을 만들었다. 사진 고르기가 쉽지 않아 시간은 좀 걸렸지만, 책상 위에서 일 년을 나와 동무할 거다. 그동안 사용법을 몰라 책장 선반에 두었던 카메라 작동법도 원데이 클래스로 배웠다. 이제 딸이 선물한 캐논 카메라를 좀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
내년 달력과 카메라 배우기
이번 한국방문을 통해 그리웠던 사람들과의 위로와 힐링으로 올 한해를 훈훈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거 같다. 분초까지도 알뜰히 이용해 다양한 배움의 시간도 가졌으니, 분명 자양분이 되어 나를 튼튼하게 성장시켜 줌을 믿는다. 무엇보다 엄마의 건강이 기적적으로 회복되어 홀가분하게 한국을 떠날 수 있으니 감사하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진 강행군에 몸이 피곤하나, 마음만은 더없이 개운하고 상쾌하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실컷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