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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Jan 04. 2023

생각하면, 바로

새해 달력 만들기 도전 

"나만의 달력 만들기가 이렇게나 쉽다니" 스스로 하는 말이다. 


예전 같으면 완벽한 결과물을 위해 끊임없이 고치고 체크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을 텐데, 좀 부족한데도 생각하자마자 바로 실행에 옮긴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심한 완벽주의자인 내가 이렇게 바뀐 것은 김난도교수님의 "2021년 트렌드코리아"를 읽고 나서부터이다. 특히 거침없이 피보팅이란 단어가 머리에 쏙 들어왔다.


거침없이 피보팅(BEST WE PIVOT)이란 용어는 <축을 옮긴다>는 뜻의 스포츠 용어인데, 소비시장이 바뀔 때 비즈니스모델을 재빠르게 변환하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한다. 과감한 결단력을 가짐으로 순발력 있게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 후 나는 이 단어에 매료되어 평생 살아온 생활방식을 좀 바꿔보기로 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준비가 조금 되어 있으면 일단 시작하고, 좀 더 수정하고 보충하는 과정을 통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훈련을 일상에 적용한 것이다. 준비하다 지쳐 정작 시작하면 기운 빠져 하기 싫었던 경험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완벽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자 여러 분야의 일을 즐겁게 시작해볼 수 있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중 하나가 "해피 가드너의 열두 달 이야기" 달력 만들기이다. 

  

생애 첫 달력 표지의  정원수국 


지난 1년 동안 정성껏 정원을 가꾸고 인스타를 하면서 사진이 많이 모이자 열두 달의 기록을 달력으로 만들고 싶었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니 소량으로 달력을 만들어주는 업체가 여럿 있었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소량이나 대량이나 개당 가격은 똑같았다. 지난 10월에는 할인하는 업체도 있어서 사진을 정리해서 바로 파일로 보냈다. 며칠 지나지 않아 한국 친정집으로 달력이 도착해 지난번 한국 갔을 때 먼저 친구들과 아는 지인 몇 분에게 나눔을 했다. 


달력을 선물하며 그들의 반응도 살폈는데 친구들은 한결같이 예쁘다면서 판매하라고 응원해 줬다. 한국에서 나눔을 하고 나머지는 미국에 가지고 와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 분들과 속해있는 커뮤니티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했더니 다들 너무 좋아했다. 내가 아는 도자가 작가는 달력이 소중해서 한꺼번에 다 보지 않고 매달 그달의 달력만 넘겨서 본다고 했다.


단풍 든 아이비와 달력표지

    

2023년 "해피가드너의 열두 달 이야기"에 뽑힌 식물들은 다음과 같다.  

1월 : 아디안텀 고사리인데 청동화병에 심어 지금까지 실내에서 싱싱하게 잘 크고 있다

2월:  정원에서 피는 꽃들을 모아서 말린 후 발렌타인데이 기념 하트를 만들었다

3월 : 창가에서 히아신스와 칼란디바가 앞다퉈 꽃 피고 있다

4월 : 부활절 무렵이면 어김없이 피는 사순절로즈(헬리보러스)의 아름다운 자태이다      

   

1월 부터 4월


5월 :산딸기나무(더그우드)는 항상 하늘을 향해 피고 있어서 상서로운 기분이 든다

6월: 라벤더 첫해였는데 수확량이 좋아서 말리고 여러 소품을 제작했다

7월: 샤스타데이지가 정원 입구의 안내판 앞에 야무지게 피고 있어서 여름 내내 행복했다

8월: 거라지 옆쪽에 만든 작은 쉼터에 남편이 지붕을 설치해 주고, 웰컴싸인판을 가족과 함께 만들었다.  


5월 부터  8월


9월: 정원 한가운데 있는 라임색의 목수국은 여름과 가을의 정원을 품위 있게 만들어준다.

10월: 오래전에 심은 와인색 소국이 너무 예뻐서 잘라 와서 화병에 넣어주었다.

11월: 정원에서 키워 말린 꽃들로 가랜드를 만들어 허전한 벽에 걸어두었다.

12월: 삼각형 모양의 목수국을 잘라서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주었다.

           

9월 부터 12월


첫 달력이어서 미흡한 점도 많지만, 지인과 친구들의 칭찬과 격려를 들으며 내년에는 보충하고 수정해서 온라인 판매까지 도전해봐야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내가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보강하기 위해서 2023년 한 해 동안 집중해야 할 일들도 좀 더 구체적으로 떠올렸다. 만약에 내가 예전처럼 맘에 들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치고 했다면 아마 이 달력은 세상에 안 나왔을 것이다. 피보팅 훈련을 하는 중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얼마전, 이번 달력을 인스타에 올렸더니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이 대단하다는 칭찬과 댓글을 남겼다. 그들이 대단하다는 건 누구나 생각할 수는 있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긴 부분이 아니었을까 한다. 2023년 에도 무슨 일에든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으면 바로 실행하고 도전해볼 생각이다. 좀 부족하면 어떤가? 두려워하지 말자.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만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멋진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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