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머니 저한테 왜 이러세요!?/딸의 취미 베이킹
오늘은 월요일, 학교가 일주일 방학에 들어갔다.
딸은 베이킹재료를 잔뜩 가방에 넣고, 남자친구집으로 떠났다.
딸의 취미 중에 하나는 베이킹이다.
주로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할 때나, 방학 때 시간이 있을 때에는 베이킹을 한다.
베이킹을 극혐 하는 나는 가끔씩 딸에게 묻는다.
그게 재미있니? 시간대비 사다 먹지?
라고 하면 "엄마! "라며 한마디 쏘아붙인다^^.
우리가 영국은 떠나기 전, 우리 집에는 Brond New Double Ovend이 있었는데, 이번에 돌아와 보니, 골동품 오븐이 있었다. 아무래도 세입자들께서 물건을 험하게 쓰는 경향도 있고, 또 시간이 오래되어서 물건이 망가질 수도 있다.
작년에 집을 관리해 주던 부동산업체에서 오븐을 교체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이런 오븐을 설치해주었는가 보다. 물론 보기에는 형편없지만, 오븐의 성능은 뛰어나다. 영국에서 오븐메이커로는 성능이 검증된 회사 것이다. 다만, 오래된 이 오븐은 전기가 아니고, 가스로 작동하고, 또한 신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온도조절을 섬세하게 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딸은 저번주에도 집에 있는 오븐으로 진저브레드맨쿠키를 만들었는데... 결과물이 별로였다.
결국 딸은 남자친구네 집으로 재료를 몽땅 가방에 넣어서 그곳으로 베이킹하러 떠났다.
아마도 집에 돌아오는 저녁 5시에는 그곳에서 만든 음식을 가지고 오겠지^^.
딸을 보낸 후, 모처럼 간단하게 토마트수프와 골동품오븐으로 구운 빵(슈퍼에서 이미 만들어진 것을 그냥 오븐에 넣고, 10분 구우면, 마치 갓 구운 빵처럼 됨. Ready meal인 셈^^)
집을 나서기 전에, 나는 말했다.
"딸, 너는 여자친구네 집으로 놀러 가는 것이 아니야, 남자! 친구야"
딸은 "엄마!!!" 하며 눈을 흘기며 나갔다.
영국으로 역이민을 온 후에 만난 복병인 남자친구로 인하여 가끔씩 신경이 곤두설 때가 많다.
저번주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남자친구의 엄마로 인하여ㅠㅠ.
지금부터 시간을 되돌려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2월 9일 금요일:
하루종일 택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뜬금없이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딸의 남자친구 엄마가 일주일 방학기념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저녁에 자신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함께 TV로 영화를 본 후, 자고 자도 되느냐고 물어보셨다는 것이다.
문자를 보는 순간!
헉! 뭔 소리!?
뒷목 잡는 소리!!!
그러지 않아도, 요즘 손만 대면 물건이 망가지는 열받는 상황인데!!!
몇 달 전에 내가 정신이 없어서 미쳐서 날뛰고 있을 때, 컴퓨터와 연결된 콘센트를 빼는 바람에(물론 컴퓨터는 꺼져 있었음. 딸이 책상주위로 작은 무드등을 쳐 두었는데, 딸이 학교 가기 전에 끄지 않고 가서 그것을 끄려고 스위치를 찾다가 못 찼았다.
그래서 무심코 벽에 꽂혀 있는 콘센트의 전원버튼을(영국은 벽에 붙어있는 콘센트 꽂는 부위에 켜고 끄는 버튼이 있음) 껐다가 켰는데...
보통 한국에서 전자제품이 먹통이 되면, 해볼 것 다 해보다가 전원을 껐다 켜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전원을 껐다 켰는데, 하필이면 그 전원이 컴퓨터와 연결이 되어 있었고(아니 도대체 컴퓨터가 꺼져 있었는데, 어떻게 컴퓨터 그래픽카드가 박살이 나느냐고ㅠㅠ아무 생각 없는 나에게 딸은 엄마 그것도 모르냐고 한 소리함) 그 후로 컴퓨터가 먹통이 되었다.
물론 원인은 딸이 제공했지만(왜 전등을 끄고 가지 않았지! 뭐 하러 그런 무드등을 책상주위로 주렁주렁 달았지! 게다가 스위치가 왜 무드등에 달려있지 않고 와이파이로 조정하지!)
제기랄! 요즈음은 뭐든지 와이파이로 조정한다.
돈을 벌어도 못할 판에 손대는 것마다 박살을 내고 있다.
미이다스손이 아니라 디스트로이드손이다.
결국 200파운드라는 거금을 들여서 남편이 주문한 그래픽디스크 택배를 기다리고 있던 찰나에 받은 문자는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욕이 튀어나왔다.
"아니, 도대체 무슨 개소리야!"
tmi: 영국역이민을 한 후, 적응하면서 너무 힘들다 보니, 그동안 안 보던 유튜브로 예능프로그램이나 시원하게 욕을 많이 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더니만, 나도 모르게 배워버렸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막장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이구나!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그렇게 몇 초가 흐르고, 든 생각은
"뭐지?"
"아니, 어머니 저한테 왜 이러세요!?"였다.
영국의 엄마와 한국의 엄마의 문화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에도 영국 시어머님과 한국며느리가 문화차이를 겪었다.
크리스마스점심을 먹는데, 시어머님은 딸에게 와인 1잔을 권했다.
나는 옆에서 "어머니, 안 돼요. 지금 미성년자잖아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시어미님께서는"왜 안돼? 지금은 만 16세가 지났고, 와인 한잔 정도는 식사와 함께 마셔도 되는 거잖아? 미리 집에서부터 제대로 배우면 좋은 것도 있고..."
나는 그런 시어머님께, "어머니, 아직은 미성년자예요. 그러니까, 나중에 성인이 되면, 그때 권하는 것은 괜찮아요" 돌발상황에서 정중하게 시어머니께 말씀드려서 간신히 넘어갈 수 있었다. 물론 딸도 그때,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기도 하고...
이곳 영국의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잉글리시티를 자연스럽게 마시고, 술도 크리스마스 때에 부모들이 한잔씩 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문화차이도 있지만, 가정환경차이도 있으리라.
나는 차분히 딸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집에 와서 이야기하자"
"네"라는 짧은 답변이 왔다.
문자에서 실망감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엄마가 자연스럽게 "그래라"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브레이크를 거는 느낌을 받았으리라...
나는 외동인 딸에게 웬만하면 자신이 하는 일에 동의를 해주는 친구 같은 엄마이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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