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스물여섯, 아직 세상의 풍경이 낯설고 내 삶도 다 꿰뚫어 보지 못했던 나이에 한 생명이 내게로 왔다. 아이는 내게 놀라움이었고, 기쁨이었고, 동시에 큰 책임이었다. 그 아이를 안고 나는 동시에 나를 안고 서야 했다.
육아는 늘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아이의 컨디션, 식사 시간, 잠투정, 발열, 감기… 그 어떤 변수도 내가 예측할 수 없었다. 반면, ‘나’라는 사람은 점점 뒤로 밀려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전업맘’으로 살아가는 게 내 성향에 맞았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내 이름으로 불리는 사회적 공간에서 살아 숨 쉬고 싶었다.
그때 내가 선택한 일이 바로 북세일즈였다.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독서의 가치를 전달하는 이 일은 나에게 단순한 ‘일거리’ 이상이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내가 직접 고객을 만나고, 스케줄을 조율하며 일할 수 있는 구조는 워킹맘으로서의 삶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나는 북세일즈를 통해 ‘일하는 나’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내가 내 시간을 설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침에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오전에 출근해서 책을 읽거나 미팅을 준비했다. 점심 무렵엔 약속된 고객을 만나 책을 소개하고, 오후에는 다시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하루가 뚜렷이 구분되진 않았지만, 일과 육아, 나라는 존재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 움직이는 시간들이었다.
처음엔 이 모든 것을 다 하려는 욕심에 지치기도 했다. 가끔은 “내가 너무 여러 개를 하려는 걸까?”, “아이에게 미안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깨달았다.
균형이란 완벽하게 양쪽을 똑같이 나누는 게 아니라, 그날그날의 중심을 잘 잡는 감각이라는 걸. 어느 날은 가족에게, 어느 날은 일에, 또 어떤 날은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면서 하루를 조율하는 능력이 조금씩 자라났다.
나는 북세일즈 일을 하며, ‘내 삶의 리듬’을 배웠다.
누구에게도 완벽한 정답은 없지만,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힘. 고객과 마주 앉아 책 이야기를 나누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나를 성장시켰고, 아이와 함께 손잡고 하원을 하며 그날의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은 나를 안온하게 만들었다.
워킹맘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지금도 잘하고 있어.”
나는 선택했다. 내 삶에 맞는 일을, 그리고 그 일을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삶을. 그 선택은 지금도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