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강아지가 두 마리 있다. 이름은 해피와 보리.
한 마리는 매우 작고 한 마리는 엄청 크다.
또, 한 마리는 까칠하고 한 마리는 순둥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까칠한 쪽이 형이고, 늘 양보하는 쪽이 동생이다.
해피는 13살, 말티즈 어르신이다.
나이가 들어서 요즘은 눈가도 희미해지고, 걷는 발걸음도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지만
성격만큼은 여전히 예민하고 까칠하다. 기분이 안 좋을 땐 굳이 짖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 작은 눈에서 “나 지금 건들지 마”라는 기운이 뿜어져 나오니까.
작은 다리로 총총총 걸어오다가 소파 위에 턱하니 앉으면, 그 자리는 곧 해피의 영역이 된다.
'말티즈는 참지 않아!'라는 말처럼... 이 집에서 가장 작은 존재가, 가장 큰 권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보리.
8살 래브라도 리트리버. 안내견 견종답게 세상 순하고 조용하다.
커다란 몸집과는 다르게 표정도, 행동도 언제나 느긋하고 부드럽다.
누가 봐도 보리가 서열 1위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해피가 간식을 물고 거실을 어슬렁거리면, 보리는 멀찍이서 조용히 입맛만 다시며 바라본다.
해피가 장난감을 점령하면, 보리는 말없이 다른 걸 찾는다.
해피가 투덜거리며 보리한테 짖기라도 하면, 보리는 머리를 살짝 숙이고 자리를 피해준다.
처음엔 보리가 겁이 많은 줄 알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배려였다.
가끔 해피는 보리의 등을 밟고 올라간다.말 그대로 ‘위에 올라타서’ 앉는다.
마치, "내가 형이거든?1" 하면서 기선제압을 한달까?
보리는 그게 불편할 법도 한데, 한 번도 내려달라는 눈빛을 주지 않는다.
해피가 자기 등을 발판 삼는 동안 그저 조용히 서 있거나, 엎드려 기다려준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아, 보리는 진짜 ‘사람보다 사람 같은 강아지’구나” 싶다.
나는 이 두 아이 덕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웃고, 위로받고, 마음이 녹는다.
해피는 까칠한 듯 다정하고, 보리는 순한 듯 단단하다.
이 둘이 함께 있어 우리 집은 언제나 따뜻하다.
반려견은 가족이다. 아니, 사랑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다 통하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행복해진다.
해피와 보리는 내가 사랑하는 존재이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존재다.
오늘도 나는 이 두 친구 덕분에 글을 쓰고, 웃고, 살아간다.
그리고 다시, 사랑할 준비를 한다. 반려견은 역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