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남편은 퇴근 후 캠핑장 데크 공사를 하러 산에 올랐습니다. 함께한 건, 우리 집 반려견 ‘보리’.
자연을 좋아하는 보리는 집 뒷산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놀곤 했죠. 그날도 평소처럼 보리와 산속에 머물던 남편은 갑자기 이상한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멧돼지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보리의 짖는 소리.
잠시 후,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 보리는 남편 앞에 서서 떨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도 못했습니다. '그냥 맷돼지보고 놀랐나보네' 하고 무심히 넘기려던 그 때, 했던 남편은 보리의 몸을 살피다 깜짝 놀랐습니다. 왼쪽 뒷다리 안쪽, 엉덩이 근처에 피가 맺혀 있었던 겁니다.
남편은 저에게 급히 연락을 했고, 저는 곧장 양평 근처의 24시간 동물병원을 알아봤습니다. 남편은 밤길을 달려 응급실로 향하고, 저는 분당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진료 결과, 보리는 멧돼지의 어금니에 찔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장기 손상은 없었지만, 살이 깊게 찢어져 있었고, 출혈이 심해 응급처치를 받아야 했습니다. 털을 밀고, 상처 부위를 스테이플러로 급히 봉합한 뒤,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았습니다.
보리를 분당 집으로 데려온 남편. 아마도 “엄마가 더 잘 돌봐줄 거야”라는 생각이었겠지요.
다리를 질질 끌며 현관 안으로 들어오는 보리를 보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파서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데도, 저를 보자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는 아이.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요. 그리고 얼마나 아팠을까요.
보리는 첫날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끙끙대며 밤을 보냈습니다. 저는 곁에서 함께 밤을 지새우며 해줄 수있는 게 없어서 보리가 잘 견뎌내길 바랐습니다. 다음날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눕기조차 힘겨워 보였습니다.
약을 먹이는 일도 고된 전쟁이었습니다. 보리는 어찌나 귀신같이 약을 알아차리는... 닭가슴살에, 고구마에 숨기며 온갖 수고를 들여도 기가 막히게 찾아내 뱉어버리곤 했죠.
하지만 3일이 지나자, 보리는 조금씩 일어섰고, 천천히 몇 발자국씩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조금만 더 깊이 찔렸더라면 장기 손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수의사 선생님이 얘기하셨으니까요.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이 다치고 아프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특히 말 못 하는 존재가 아플 때는 더더욱.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말도 못 하고, 아프다고 울지도 못하는 그 마음을 바라보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보리의 상처가 다 아물려면 아직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렇게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디, 다시 산책길을 힘차게 걷고, 신나게 달릴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