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별명은 '판다'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 얼굴을 보면 딱 안다! 예전에 일할 때 가끔 남편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남편은 다크서클이 워낙 심해서 결혼식 때 남편이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한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어느 날 한 팀장님이 "저 국장님 남편분 봤어요!" 하길래. 우리 남편을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시는데 딱 보니 알겠던데요?" 누가 봐도 단번에 알아 볼정도이다. 그 후로 우리 직원들을 남편을 판더 님이라고 부른다.
남편은 평소 바이크 타는 게 취미이다. 주위에서는 위험하다고 왜 안 말리냐고 하는데...
평소에 술 한잔만 마셔도 대리를 부르는 안전운전은 기본인 사람이라 바이크 탈 때도 그러려니 하고 큰 걱정은 안 한다. 클래식 바이크가 좋다면서 첫 바이크인 BMW를 정리하고 얼마 후 가성비 좋은 로얄엔필드를 장만하더니 한 동안 바이크 동호회를 다니면서 모토캠핑에 빠졌다. 유일하게 가서 힐링하는 시간이라고 생각되어서 조심하라고만 일렀다.
퇴사하고 나서는 바이크로 전국일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퇴사를 하고 나니 여기저기서 일도 많이 생기도 맘먹고 여행을 다녀오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전국일주는 못하고 양평 세컨드하우스를 위해 마련해 준 집터에서 며칠 쉬고 오거나 강원도 횡성에 있는 장인어른을 뵈러 다녀왔다. 갑자기 바이크를 타고 온 사위를 보고 놀란 친정아빠께서 전화를 하셨다.
"갑자기 ㅇㅇ이가 왜 온 거냐? 웬 바이크가 들어오길래 택배기사가 온 줄 알았다"
"응, 지금 퇴사하고 쉬는데 장인어른이 갑자기 보고 싶었나 봐~ㅎ"
그랬더니 허허~하며 웃으셨다.
남편은 무뚝뚝하지만 자상한 사위이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병원진료를 가야 할 때면 월차를 내서 보호자로 동행을 해준다. 삼 남매 중 첫째 오빠는 택배기사를 하고 있어서 평일날 월차를 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막내 동생은 직업군인이라서 더욱 그렇다. 대부분 둘째 딸인 저와 사위가 친정아빠의 병원에 같이 가는 편이다. 혼자도 괜찮으시다며 굳이 오지 말라고 하는데 제가 시간이 안되면 남편이 대신 함께 다녀온다. 라이딩도 할 겸 강원도에 장인어른을 뵈러 갔다는 게 속으로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장작도 패고 이런저런 손이 가는 집안일을 도와드리고 왔다고 한다. 친정아빠는 늘 사위에게 이렇게 얘기하신다.
"네가 뭐 이런 거나 할 줄 알아?"
일을 못하게 하시느라 그러는 것 같다. 사위가 와서 은근히 좋은지 동네분들을 불러 자랑을 하셨다. 센스 있는 사위는 캠핑기분도 낼 겸 타프도 치고 장작을 피워 바비큐를 해드렸다고 한다. 장인어른께 저녁대접을 해드리고 새로 장만한 미니 화목난로에서 혼자 멍 때리다 왔다고...
퇴사를 하자마자 바로 "판다***'라는 업체명으로 사업자등록증, 통신판매신고증, 게임제작업등록증까지 야심 차게 3개를 발급하였다. 직장에 다닐 때보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져서 바빠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퇴사와 동시에 사장님이 되었다^^
남편은 이제 삼식이가 되었다! 삼식세끼를 먹는... 삼식이가 아니라 삼시 세끼를 하는 삼식이다^^
요리라고는 김치볶음밥밖에 할 중 모르던 사람이 아침에 막내 아침 차려주고 퇴근시간이 되면 저녁이 되면 맛난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린다.
생에 첫 제육볶음이 맛있게 되었다면서 너무 신나 한다. 가끔 제가 요리를 알려주려고 하면 알아서 한다며... 싫은 내색이다~ㅜㅜ 눼~눼~~ 알아서 하세요!!!
최고로 잘하는 건 계란말이다. 저는 성격이 너무 급해서 계란말이 할 때 약한 불로 하는 게 너무 힘든데... 남편은 성격이 느긋하고 차분해서 저온으로 부드러운 계란말이를 뚝딱해 낸다! 와우~대박!!!
은근히 손 맛도 있어서 잘한다고 칭찬해 주었더니 유튜브를 보고 매일 하나씩 요리를 배우는 게 신나 했다. 이제 곧 주말 부부가 돼야 하니 열심히 배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