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은 좀 쉬면서 천천히 준비하려고 했지만 인생이 그렇듯,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일이 터지다 보니 쉴 겨를 없이 계획을 세워야 했다.
남편은 고민하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실, 공부 외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본사람이 아니다 보니 막상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니 결정하기 더욱 어려워 보였다.
얼마간 고민하며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보더니 하고 싶은 걸 찾았다. 나무의사라는 직업이었다.
"나무의사가 뭐야?"
'나무의사'는 나무의 병해충을 진단하고 치유 또는 예방 처방을 내리는 직업이다. 나무병원도 있고 나무의사라는 직업도 처음 알았다. 어차피 노후는 산과 함께 할 계획이어서 산에서 마무를 돌보고 치료하며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찬성했다. 하지만 나무의사가 되는 과정을 매우 어려웠다.
응시자격: 관련전공학위+실무경력, 또는 산림/조경/식물/보호기사 또는 산업기사
간단히 설명하면 관련 학과를 졸업 또는 석사 학위 이상을 취득하거나, 관련 기사 자격증을 땄거나 취득 후 3~4년 이상 실무 종사, 미취득 시에는 관련 직무 5년 이상 실무 종사 시에 자격 요건이 갖추어진다.
'산림산업기사' 자격증을 먼저 따기로 하였다. 관련전공학과가 아니라 학점은행제를 통해 41학점이수 + 필기+ 실기의 과정이 필요했다.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먹고 도서관을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학점은행제로 41학점이수할 때, '매경 TEST'를 봐서 1000점 만점에 800점 이상이면 최우수로 20학점을 해준다는 정보를 알고 일주일도 안 남은 기간 동안 매경 TEST를 준비했다. 아침 일찍부터 도서관을 다녀와서 딸방에서 밤을 새워 공부했다. 결국 910점으로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20학점인정^^ 공부가 취미인 분이라서 다행이다.
한 학기 만에 41학점을 마무리하고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준비해서 '산업산림기사' 자격증을 땄다.
인생 2막을 준비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공부든, 취미든, 요리든 뭐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남편을 보며 많이 배웠다. 산림산업기사 이후로 트레일러면허등 쉬는 동안 여러 자격증을 땄다.
점점 공부를 하다 보니 나무의사로 노후 준비는 쉽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산림산업기사 자격증을 따면서 나무에 대해 공부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다음 도전은 '공인중개사'다. 시간 될 때 뭐든 따놓자고 내가 옆구리를 찔렀다^^ 3달 만에 1차 시험은 합격하고 이제 2차 시험만 남았다.
지천명이 되어 머리가 굳어서 공부가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남편,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주경아독'중이다. 이번 시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