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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정 Oct 13. 2023

부부의 로망을 현실로

우리 부부는 계획이 다 있다

세컨하우스를 만들게 된 이유:

로망을 현실로 살고 있는 철없는 우리 부부, 바로 세컨하우스와 카라반 캠핑이다. 산은 좋아하는데 '산은 오르는 게 아니야 보는 거야.' 라며 등산을 싫어하는 나, 덕분에 산에 오르지 않아도 산과 늘 함께 할 수 있도록 산꼭대기에 집을 지었다. 현재 세컨하우스도 산 꼭대기에 있는 산아래 첫 번째 집이다. 눈을 뜨면 병풍처럼 펼쳐진 전나무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힐링이다.



세컨하우스를 준비하게 된 이유는 몇 년 전 용인의 타운하우스에서 살아본 경험 때문이다. 결혼 후 두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면서 아파트에서만 10여 년을 살았다. 우리 부부는 아파트의 안전과 편리함 뒤에 늘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 가는 마당 있는 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하지만 전원의 삶은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우리 부부에게 학군을 포기하고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생활권 내에 도심형 타운하우스 분양광고를 보게 되었다. 구경이나 할까 하고 갔던 그곳에서 운명에 이끌리듯 계약서에 사인을 하였다. 현재 살고 있는 집과 10분 거리에 도보 5분 거리의 초, 중, 고가 다 있는 지리적, 환경적으로 완벽한 곳이었다. 다만 경제적 압박이 있을 뿐... 무리를 해서라도 우리는 입주를 결심했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층간소음 걱정 없이 집과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다. 꽃을 좋아하는 나는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취미가 생겼다. 작은 텃밭은 덤이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는 발걸음이 참 가벼웠다. 남편은 좋아하는 악기를 집에서도 연주할 수 있어서 흐뭇해했다. 그렇게 6년간 타운하우스에 살면서 아이들도 우리도 행복했다.



아이들이 중, 고생이 되고 나의 직장 때문에 다시 한번 도심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공원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쉬웠다. 그래서 주말이라도 땅을 밟을 수 있는 세컨하우스를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주택에서 몇 년간 살아보니 잔디를 깎고 잡초를 뽑고 가꾸는 주말노동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당이 좋다. 힘든 노동에 비해 행복은 짧지만 예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다. 마당의 아쉬움과 자연의 그리움에 두 번째 전원주택은 과감하게 양평에 터를 잡게 되었다.




카라반이 필요해:

남편은 캠핑을 좋아하고 나는 캠핑보다는 바비큐를 좋아한다. 남편이 함께 같이 캠핑을 자주 가자고 하는데 나는 챙겨야 할 짐도 너무 많고 잠자리가 불편해서  싫다고 잘 안 갔다. 그래서 남편이 고민 끝에 생각한 방법이 카라반이었다. 카라반을 가지고 가면 편하고 안락한 잠자리로 캠핑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 보여서 남편을 졸랐다. 럭셔리하다고 구박하면서 중고카라반을 장만해 주었다. 신나서 카라반 캠핑을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카라반과 대형견을 함께 받아주는 캠핑장은 거의 없었다. ㅜㅜ그래서 카라반 캠핑의 꿈은 현실에 부딪혀 한번밖에 이루지 못했다.



대신 캠핑장에 가기보다는 양평 집터갖다 놓고 주말마다 카라반캠핑을 즐겼다. 집을 짓기 위해 허가받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우리에겐 카라반이 있어서  주말이면 양평으로 캠핑을 가는것 처럼 신나하면서 그 시간을 즐겼다.


깊은 산속 꼭대기, 병풍처럼 나무로 둘러싸인 곳에서  산림욕을  했다. 항암을 하는 기긴동안에는 나의 힐링을 책임져 주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산꼭대기에서 새소리와 물소리가 나의 아픔을 치유해 주었다. 한동안 우리의 주말라이프를 책임졌던 카라반은 지금 세컨하우스 앞마당에서 손님맞이 방으로 쓰이고 있다.



양평에 집터를 보러 다닐 당시에는 남편이 퇴사하기 전이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남편이 퇴사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우리는 양평을 터전으로 다시 2막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남편의 본가가 되었고, 나의 세컨드하우스가 되었다. 누군가는 어떻게 미리 준비해 놓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였을 뿐... 이렇게 빨리 둘 다 퇴사자가 될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모두 세컨하우스에서 힐링을 꿈꾼다. 하지만 꿈만 꾸고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서 실행하기는 힘들어한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이상지향형이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될 것 같다는 희망을 갖고 무엇이든 시작해 본다. 그래서 철없는 우리 부부는 로망이었던 세컨하우스 만들기를 무턱대고 시작하였고 꿈을 현실로 이루게 되었다. 지금은 이상으로 시작했던 그곳에서 우리 부부의 두 번째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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