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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정 May 16. 2023

집짓기의 미학

양평 세컨하우스 짓기 1


세컨하우스 부지를 마련하고 긴 기다림이 끝에 건축물 신고 허가가 났다. 2000평 정도의 산중에 100평 정도의 주택부지만 허가를 진행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작은 캠핑장을 만들 계획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집을 짓는 일만 남았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카라반은 잠시 빈 부지로 이동해 놓았다. 가끔 공사현장에 구경 올 때면 아래 카라반에서 묵어가도 될 것 같다. 너무 오랜 시간 기다리다가 이제 정말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설레어서 잠을 설쳤다.



아침 일찍 대형 포크레인이 와서 부지정리를 하였다. 잡초들이 무성하고 울퉁불퉁했던 땅이 굴착기의 손길 몇 번에 이렇게 말끔하게 정리가 되다니! 굴착기를 마치 손처럼 쓰시는 기사님이 왠지 너무 멋지다.



반나절 정도를 잡초정리하고 땅을 고르시더니 이렇게 평평하고 반듯해졌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나니 왠지 땅이 더 넓어 보니는 건 분 탓일까? 이제 얼마후면 지금의 허허벌판에 작고 아담한 우리만의 세컨하우스가 생긴다. 생각만으로 미소가 지어진다.



설계디자인: 기존의 설계에서 많이 변경하지 않고 작고 아담하게 만들기로 하였다. 중간이 파벽돌 위치 및 컬러가 변경되긴 하였지만 큰 모양은 그대로다.

1층- 거실 겸 주방+화장실+방

2층-남편방(엄청 넓음)+ 미니거실(악기실)+베란다(루프탑)

1층 데크는 남편이 셀프로 썬룸시공 예정



매트기초를 위해 철근과 기초작업 후에 레미콘이랑 펌프카로 시멘트를 붓는 공사를 진행하였다.

레미콘 : RMC = Ready Mixed Concrete (미리 섞인 콘크리트 반죽)



이렇게 레미콘차가 8번을 갔다가 들이붓고 나서야 기초 높이까지 차올랐다. 며칠간 양생을 하고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고 나면 목구조의 집이 지어지기 시작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기초매트 공사만 한 건데도 벌써 다 지어진 것 같다. 콘크리트 기초 양생이 끝나고 나서 이제 본격적인 집 짓기가 시작되었다.


집 짓기의 미학:


경량 목구조로 지을 예정이라 기둥과 벽체를 만들 나무를 마당에 한 트럭 내리고 갔다. 항상 완성된 모습만 보다가 이런 나무들을 가지고 집이 지어진다고 생각하니 왠지 신기한 생각이 든다. 그냥 기다란 나무판자를 가지고 어떻게 지어지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이런 게 건축의 미학일까? 건축은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같다.


설계 도면대로 바닥에 선을 긋고 방, 거실, 화장실 구획을 나눈다. 바닥에 선을 그어놓고 그 위에 나무를 고정해서 벽체를 세우게 되는데 나누어진 선을 보니 왠지 어린 시절 땅따먹기 생각이 난다. 


벽채가 세워지기 전에 위로 한번 올라가 보았다. 에구... 방이 요만하데 침대가 들어갈까? 화장실은 너무 작아서 변기만 놔도 꽉 찰 것 같다. 바닥도면대로라면 여기서 좁아서 어떻게 살지 난감해서 목공팀장님께 질문을 했다.


"팀장님 여기에 방에 침대하고 거실에 싱크대를 놓으면 꽉 차서 집이 너무 좁지 않을까요? "

"얼나나 큰걸 놓으시게요?" 허허 웃으셨다.


나중에 생각하니 괜한 걱정이었다. 내 눈은 3D로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

오전에 바닥공사를 했는데 어느새 벽체를 하나씩 고정하는 모습을 보니 레고블록처럼 금방이라도 뚝딱 집이 완성될 것 같다. 스터드라고 일정간격으로 각목을 세운 부분은 벽이 될 곳이고 중간에 단열재가 들어간다고 한다. 크게 뻥 뚫려있는 곳은 창이 될 곳이다. 창호의 무게가 상당하다 보니 중간에 꼭 보강을 해야 한다. 남편이 주택학교에 농막 한 채를 짓고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이것저것 알려준다. 은근히 자랑하며 뿌듯해하는 모습이 어린애 같다. 그래도 목수님들 옆에서 참견하며 공사진행상황을 챙기는 모습이 든든했다.



앞으로 주방창이 날 위치이다. 주방에서 보는 숲뷰라~~ 상상만 해도 설거지가 즐겁다. 우리 집은 사방이 숲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이 위치하고 있어서 집밖으로 어디를 봐도 이런 뷰다. 창밖으로 빼곡하게 자라난 전나무들이 우리를 지켜주는 것만 같다. 울창한 숲아래 첫 번째 집이라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1층 벽채는 하루 만에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눈앞에서 벽이 척척 세워지는 모습을 보니 너무 신기하고 목공팀장님과 목수님들이 마치 신의 손 같았다. 사진을 보니 마치 나무로 만든 인형의 집이 생각났다. 딸들이 어렸을 때 사주었던 2층집인데 그것도 DIY로 기둥을 세우고 벽체를 만들고 거실과 방을 꾸미는 것이었다. 아침에 가서 한참을 구경하고 났더니 어느새 1층 공사가 끝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목수님들은 5시면 칼같이 퇴근이다. 우리도 퇴근해야지.



내일부터는 2층 공사가 시작된다. 하루하루 공사가 진행될수록 집안 인테리어 생각에 맘이 바쁘다. 다음번에는 주방인테리어 때문에 이케아에 가봐야겠다. 두세 달 후에는 여기서 잠도자고 밥도 먹고 할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난다. 밤에 잠이 안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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