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한풀 꺾이고 나니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와 내 앞에 있었다. 분당에서는 출퇴근길에만 잠깐 외출을 하느라 계절을 느낄 시간이 않았는데 양평은 들어서자마자 가을이다! 단풍들이 어쩌면 다 각기 다른 색인지, 가을은 봄과 느낌이 다르다. 마치 봄, 여름에 입고 있던 초록색의 옷을 벗어던지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계절이랄까?
예전에 회사에서 읽은 원리가 보이는 과학 책이 생각났다.
'나뭇잎은 왜 색깔이 변할까?'
가을이 되면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온도가 낮아진다. 이로 인해 나무는 광합성을 줄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엽록소가 분해된다. 엽록소가 줄어들면 녹색이 약해지고 다른 색소들이 드러나게 된다. 엽록소가 사라지면서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아닌이라는 다른 색소들이 나타나게 된다. 카로티노이드는 노란색과 주황색을, 안토시아닌은 빨간색과 보라색을 나타낸다. 이 색소들은 엽록소가 많을 때는 보이지 않다가 엽록소가 줄어들면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뭇잎의 색깔이 변한다.
단풍이 물든다는 것은 초록색에서 빨강 노랑으로 변한다고 생각했는데, 초록색이 빠지면서 원래 자기가 가지고 있던 색을 드러내는 거라고 참 쉽게 설명되어 있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과학을 싫어했나 보다. 분명 배웠을 텐데... 새로웠다.ㅋ
초록색 가면을 벗고 오롯이 자신을 나타내려는 모습과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나무의 생존 전략...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양평에도 어느새 가을의 중턱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다 보니 계절이 더울 빠르게 지나가는 기분이다. 차분히 앉아서 가을을 만끽하기엔 여긴 벌써 춥다. 도착하자마자 얼른 사진부터 찍어본다. 사진으로 담기에는 눈으로 본 감동을 전하기가 쉽지 않아 아쉽다.
2층 테라스에서 느끼는 가을풍경
양평에서는 가을이 오기가 무섭게 겨울을 준비해야한다. 중부지방보다는 많이 춥다. 남편이 썬룸공사 중인데 이번주에는 테이블과 난로설치를 했다.
테이블은 고민 끝에 우드슬랩테이블로 정했다. 그런데 우드슬랩은 테이블 상판이 통원목으로 되어 있어서 무늬가 모두 다른것이 특징이고 멋이다. 그래서 인터넷으로는 가늠이 쉽지 않다. 자연적으로 생긴 무늬와 옹이와 크랙을 확인하러 직접 용인모현에 있는 매장에 갔다. 이것저것 둘러보고는 2미터짜리 상판을 직접 픽업해 왔다. 다리조립은 판다님이 하면 되니... 배송비 벌었다~ㅋ 직접 골라와서 그런지 맘에 쏙 들었다^^
직접 픽업해온 우드슬랩. 나무 본연의 자연스런 무늬가 참 멋지다^^
날이 많이 추워져서 임시로 판다님이 캠핑하 때 쓰던 미니 화목난로를 조립했다. 연통설치를 위해벽에 구멍을 내더니 뚝딱 설치를 하는 모습에 이젠 든든하다. 썬룸이 공간에 비해 작지만 그래도 나름 감성이 넘친다. 오늘은 불멍이다!
우드슬랩과 난로설치를 끝내고 저녁을 먹고 나니 좀 아쉬워서 고구마를 구워 먹었다. 역시, 군고구마는 꿀맛이다. 화목난로에 올려놓은 주전자에서 물이 보글보글 끓었다.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오랜만에 꽃차를 마셔보기로 했다. 주섬주섬 유리다관을 챙겨 와서 세팅을 해본다. 올해는 둘 다 바빠서 꽃차 만들기를 한 번도 못했다. 마당에 메리골드가 지천이데... 여유가 없었다. 작년에 만들어둔 꽃차로 분위기를 냈다.
천일홍과 캐모마일이다. 오랜만에 마시는 꽃차의 수색과 분위기에 취해보았다. 남편과 둘이서 꽃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판다님은 항상 설명하기 좋아하고 논리적이고 이론적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오빠 'T'지?"라고 항상 구박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감성 가득한 'F'였다.
불멍을 하면서 감성해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새 얼마 남지 않은 2023년, 다시금 새로운 시작을 앞둔 우리 부부의 앞날을 그리며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밤을 지새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