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일요일

감사를 받는 일

by 이현정

지난주 일요일에는 남편이 출근하는 날이었다. 출근하면 어차피 나도 집에 혼자라 노트북을 들고 함께 출근하기로 했다. 올해 초에는 철물점 오픈 준비를 하느라 한 달간 함께 출근을 했었다. 나도 마침 퇴사를 해서 1000여 가지 물건들을 정리하고 바코드를 찍어서 진열해 놓았다. 못이랑 케이블타이등 작게 소분해야 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남편이 가장 힘이 들 때 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오랜만에 출근길이었다. 가는 길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드라이브 스루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하나씩 사서 가게로 행했다. 날도 너무 좋아서 일터가 아니라 소풍을 가는 기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있는 천막을 치우니 난로가 반겨주었다. 겨울대비 전략상품이라 문 앞에 떡하니 진열해 놓은 것이었다.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마치 난로 로봇 삼 형제 같기도 했다.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아마도 일요일에 오픈하는 걸 아는 것 같았다. 들어오면서 한 마디씩 했다.

감사해요. 사장님~^^

양평에는 대부분이 주택이라서 주말이 되면 소소하게 고칠 것들이 많다. 그런데 일요일에는 문을 연 철물점이 거의 없어서 열려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래서 힘들긴 하지만 같이 동업하는 이사장님이 가능하면 일요일에 문을 열었다. 지난주는 남편이 토요일 근무를 못해서 일요일 당번이 되었다.


나이스 철물점의 두사장님은 참 부지런하다. 그리고 누가 봐도 너무 친절하다. 동네분들이 와서 물건을 사실 때마다'양평에서 여기 가제일 진철 해!'라며 한 마디씩 한다. 나이스 철물점의 콘셉트이다. '친정하고 스마트한 철물점' 로고도 판다님이 직접 만들었다.



우리가 보통 철물점하면 떠오르는 것이 어두침침하고 복잡해서 물건을 찾기조차 힘든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리라면 누가 뭐래도 1등인 이사장님은 물건을 칼각으로 정리해 놓았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손님이 한분 왔다 갈 때마다 걸레질을 할 정도다. 손님들이 되려 철물점이 왜 이렇게 깨끗하냐고 물으신다. 2000여 개 정도의 물건들의 가격표도 바코드로 다정리 해놓아서 '이거 얼마예요?' 묻지 않아도 가격을 알 수 있어서 편리하다.



철물점의 애물단지 품목은 바로 시멘트 인다. 시멘트는 무겁고 보관도 어렵고 마진도 많지 않다.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품목이기도 하다. 시멘트가 공사의 기본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멘트를 사면서 다른 물거들을 같이 구매하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본구색만 갖춰놓기로 했는데 이제는 '시멘트 맛집'이 되었다. 40킬로나되는 시멘트를 하루에 수십 개씩 배달했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좀 안타까울 때가 있다.



한파레트씩은 무거워서 지게차로 옮겨야 한다. 판다님은 철물점을 시작하면서 지게차운전도 배웠다. 퇴근 전에 간단한 정리지만 지게차 운전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얼~~ 사장님! 나이스^^



일요일은 좀 일찍 오후 3시에 문을 닫는다. 그런데 2시 50분쯤 전화가 왔다. 지금 여기로 오는 중인데 3시 10분에 도착한다고 기다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3시에 칼퇴근할 필요는 없어서 그러기로 했다. 손님은 고맙다고 하면서 3시 10분에 맞춰왔다. 물건을 사고 나서도 나가시면서도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 덕분에 그분을 기다리면서 두 분의 손님을 맞았다. 우리에게도 고마운 분이었다. 손님들이 다 가고 나서퇴근준비로 아침에 열어두었던 난로에 천막도 다시 씌우고 물건들도 정리했다. 가게문을 닫고 미루어두었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외식이다! 왠지 생산적인 일을 한 것 같은 뿌듯함은 덤이다^^


#양평철물점#일요일오픈 #친절한 사장님 #나이스철물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계철거와 외장공사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