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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Mar 18. 2021

최선을 다했다는 건

최선(最善)의 사전적 정의는 '온 정성과 힘'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럼 온 정성과 힘은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요?  


 



 I

100m 달리기.

준비. 출발 탕!

오로지 앞만 보고, 있는 힘껏, 죽을힘을 다해, 멈칫거림 없이 전력질주.

피니시 라인을 통과.


가뿐 숨만 몰아쉰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심장이 뻥 터져 죽을 것만 같다. 토할 것 같다.

땅바닥에 그대로 주저앉는다. 하늘이 노랗다. 헉헉.

등수는 중요하지 않다.  



II

중요한 시험이 내일이다. 지난 세월을 오로지 이 시험을 위해 올인했다.

공부한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이 든다. 한 번이라도 다시 훑어봐야겠다.

날이 저문다. 입맛이 없다. 밤을 지새우기 위해 마지못해 한 숟가락 떴다.

사방이 깜깜해졌다. 책상에 엎드려 잠깐 눈을 붙인다. 드러누워 잘 시간은 없다. 잡담도 사치다. 일분일초가 아깝다. 어느덧 새벽이 밝았다.

시험지를 받는다. 잡념을 없앤다. 오로지 시험에 집중한다. 아는 문제는 다 쓰고 모르는 문제는 머리를 쥐어 짜내며 기억을 떠올린다. 몇 번이고 풀이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어느새 종료 시간임을 알린다.


끝났다. 의자에 기대앉은 채 일어설 기운이 없다. 머릿속은 여전히 공회전을 한다. 지난 세월이 스쳐 지나간다. 이보다 더 열심히 하라면 못할 것 같다. 더는 여한이 없다. 그러니 후회도 없다.

결과는 오로지 하늘에 맡긴다.  



III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무명의 복서가 링에 오른다.

세계 타이틀전이 처음이다. 경력도 미천하다. 나이도 어리다. 상대는 지금까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고 더군다나 단 한 차례 다운조차 당한 적 없는 절대 강자다. 방어전만 해도 수 차례를 치렀고 모두 KO로 끝냈다. 독보적인 기량을 가진 복서이자 전성기를 달리는 혈기왕성한 챔피언이다. 도전자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몇 라운드까지 버티느냐에 내기를 건다. 누가 봐도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다.


1회전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린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정면 승부는 하지 않고 꼬리를 내리며 피할 거라 예상됐던 도전자가 물러서지 않는다. 챔피언도 도전적인 모습을 의아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저러다 곧 끝나겠지 라고 생각한다.

 

2회전, 3회전, 4회전, 라운드가 진행되어도 도전자는 물러서지 않는다. 챔피언의 뛰어난 기량에 조금씩 밀린다. 그럼에도 도전자는 한 대를 얻어맞더라도 두 대, 세 대 때리겠다는 의지로 맞선다.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경기를 보는 이들이 손에 땀을 쥔다. 챔피언도 도전자의 패기만만한 모습에 적잖은 당황을 한다.


중반이 지나도 혈투는 계속된다. 도전자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챔피언과 피 터지는 난타전을 벌인다. 보는 관중들이 환호를 보낸다. 오히려 도전자에게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생겨낸다. 도전자를 만만하게 보았던 챔피언도 긴장한다. 도전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입술은 터지고 코피가 난다. 얼굴은 부어오른다. 눈덩이가 부어 시야마저 흐리다. 이마가 찢어졌다. 챔피언의 얼굴도 성하지 않다. 그야말로 유혈이 낭자하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도전자의 체력이 떨어진다. 도전자가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버텨본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맞고만 있지 않는다. 젖 먹던 힘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챔피언과의 기량 차이는 어쩔 수 없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가지 못한다. 챔피언의 펀치에 도전자는 결국 무릎을 꿇는다. 도전자가 쓰러졌다. 챔피언의 승리다.


만신창이가 된 챔피언이 불굴의 의지를 보인 도전자에게 먼저 다가간다. 두 사람은 진심 어린 포옹을 하고 챔피언은 도전자의 손을 잡고 높이 올린다. 링은 감동의 도가니가 된다. 그 누구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는다.

관중들은 챔피언에게 승리의 갈채를 보낸다. 도전자의 경기에 최고의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비록 패자이지만 어느 누구도 도전자를 욕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번에 꼭 승리하라는 응원을 보낸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멋진 경기를 보인 두 사람 모두 오늘의 승자다.  




현대그룹 故 정주영 회장님은 최선에 대해 이런 정의를 내렸습니다.

그는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최선을 다한다고 합니다. 그가 말한 최선이란 “더할래야 더할 게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더할래야 더할 게 없는 상태라...


최선을 다했다고 늘 말해왔던 나는 진정 최선을 다했는가?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가?

내가 말했던 최선과 최선의 정의는 딱 들어맞는가?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 행여 자기 합리화는 아니었을까?


'최선'이라는 두 글자가 여러모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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