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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Dec 27. 2020

일요일 아침의 특권, 게으름을 마음껏 누리다


평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 더 자고 싶다' 하는 날이 있잖아요. 오늘이 휴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몸은 억지로 일어납니다. 근데 막상 휴일이면 평소보다 더 일찍 눈이 떠지고, 더 자려고 해도 오히려 멀뚱해져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 아침, 눈을 떴는데 출근 안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일부러 일어나지 않았어요. 침대에서 데굴데굴, 스마트폰을 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베개에 파묻혀 온갖 상상을 하며 게으름을 피웁니다. 출근 부담이 없는 휴일이기에 부릴 수 있는 특권을 마음껏 누립니다. 가능하면 조금 더 뒹굴뒹굴하면서요.

평소엔 아침을 챙겨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허겁지겁 출근하기 바쁘고 잠을 깬 직후는 먹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으니까요. 한참을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다 보니 배꼽시계가 신호를 보냅니다.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엽니다. 먹을 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심플하게 요기할 거리를 만듭니다.

커피 한 잔을 위해 물을 끓이고, 계란 하나 집어 들어 프라이팬에 '톡'하고 깨뜨립니다. 동그란 노른자가 퍼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익혀주고요. 가장자리가 노릇해지면 그대로 접시에 옮겨 담습니다. 식빵을 꺼내 잼을 듬뿍 발라줍니다. 식빵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커피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기는 이 느낌, 이 순간이 참 좋습니다.

오늘 아침은 TV보다는, 침대에서 많이 본 스마트폰보다는 라디오를 켭니다. 때마침 이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니까 기분이 절로 업되네요. 라디오 DJ도 오늘 같은 휴일 아침은 푹 쉬며 마음껏 여유를 누리라고 다독거립니다.
커피와 음악, 바쁠 때 잊고 살았던 아침의 여유를 즐깁니다. 세상 시름을 잠시나마 잊는 편안한 시간입니다.  



오늘 아침은 구름이 낀 흐린 날입니다. 비 오는 날의 센티멘탈함도 없고, 맑은 하늘의 화창함도 회색 구름에 가렸습니다. 

오늘따라 비 오는 날보다 흐린 이 날씨가 더 마음에 듭니다. 비가 내리면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덜하겠죠. 화창한 날씨라면 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하니까요.


잠잠하나 싶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려 대유행 위험이 있으니 다들 집에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올해는 놀러 한번 가기가 진짜 어려웠습니다. 봄에 생긴 코로나로 꽃구경은 다 날아가고 기나긴 장마로 여름휴가도 물 건너 가버렸죠. 가을의 낭만 좀 즐기나 싶더니 어느새 겨울, 그것도 12월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올해만큼 집돌이, 집순이가 된 적도 없을 거예요.


날씨가 흐린 게 비가 올 것 같은데 그러다 확 추워지는 거 아냐? 하는 사소한 걱정을 하고요.
나갈까 말까, 집에 있으려니 답답하고 밖에 나가 좀 걸을까 하니 귀찮아지는 이 마음은 대체 정체가 뭘까? 혼자 이랬다 저랬다도 해보고요.
점심은 뭘 먹을까? 해 먹어? 시켜 먹어? 그럼 저녁은? 먹자니 귀찮고 안 먹으면 배고플 것 같고.. ㅋㅋ. 혼자 생각하고 혼자 웃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12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네요. 12월 아니 2020년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엊그제 새해 소망을 빌었는데 한 해를 시작하자마자 코로나 때문에 열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 추석 연휴마저도 집에서만 보내 아쉬워한 것 같은데 어느덧 2020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입니다.


몇 밤 자고 나면 2021년 새해가 밝아옵니다. 다들 저마다의 이루고 싶은 새해 소망이 있을 거고요. 아울러 내년 새해 소망으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코로나가 빨리 끝나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를 기원하지 않을까 싶어요. 2020년에 못했던 꽃구경, 여름휴가 그리고 해외여행까지. 그러고 보니 비행기 한번 타보고 싶습니다. 다시 비행기를 타게 된다면 난생처음 공항에 갔을 때의 설렘과 긴장감이 되살아날 것 같은데. 생각만 해도 떨리고요,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너무 오버인가요?




모처럼 혼자 즐기는 휴일 아침의 여유, 커피 한 잔에 별의별 생각을 다해봅니다.
내일은 또다시 한 주간의 시작 월요일, 살아내야 할 날들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은 듣고 싶은 음악에 취하고 방안에 퍼진 커피 향을 맡으며 사치스러운 게으름을 마음껏 누리렵니다.


'그나저나 점심은 뭘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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