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啐啄同時)
어미 닭이 새끼를 품고 있습니다. 주위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동조차 하지 않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꼼짝도 하지 않던 어미가 일어나 알을 쪼아댑니다. 알 속에 있는 새끼가 나올 준비가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나 봅니다. 새끼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연약한 몸짓으로 안간힘을 씁니다. 새끼의 노력에 어미는 밖에서 알껍데기를 쪼아대며 호응합니다.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어미 품에 안깁니다. 안팎에서 어미 닭과 병아리가 소통하며 쪼는 이 모습을 줄탁동시라고 합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 줄(啐)은 알이 부화하려 할 때 알 속에서 나오는 소리, 탁(啄)은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가지가 동시(同時)에 때를 잘 맞춰야 생명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다는 사자성어입니다.
처음 살던 집 근처에는 공동묘지가 있었습니다. 아들은 날마다 장사 지내는 모습을 흉내 내며 놀았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은 엄마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한 집은 시장 근처였습니다. 이번에는 아들이 상인들이 흥정하는 모습을 보며 장사 놀이에 푹 빠졌습니다. 다시 엄마는 이사를 결심합니다. 고민에 고민 끝에 이사한 곳은 서당 근처였습니다. 다행히 아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학문에만 전념했습니다. 너무나 잘 알려진 ‘맹모삼천지교’입니다.
맹자 어머니의 지극 정성과 맹자의 재능과 노력이 잘 어울려져 맹자는 후세에 길이 남는 학자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성장에 있어서 타고난 재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환경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비단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훌륭한 인재는 스승과 제자가 줄탁동시 할 때 탄생합니다.
세계적인 기업도 전 직원이 줄탁동시 하며 어려움을 헤치고 발전해 왔습니다.
생명뿐 아니라 성장과 발전이라는 가치는 내부적 역량과 외부적 환경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성과를 내기 위해선 서로 합심하며 때도 잘 맞추어야 하고요. 줄탁동시는 놓쳐서는 안 될 좋은 시기를 비유하기도 합니다.
줄탁동시는 소통하는 기다림입니다. 안과 밖이 모두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어미 닭이 성급하게 새끼를 빨리 나오게 하려고 혼자 쪼아대면 새끼는 연약한 상태로 태어나 생존할 수 없습니다. 반면 새끼는 알에서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어미 닭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새끼는 껍질을 깨지 못한 채 질식해버립니다.
줄탁동시는 조화입니다. 어느 한쪽의 힘만 있어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고 안 마시고는 말의 몫입니다.
맹모가 뺑덕어미처럼 놀기 좋아하고 심술궂게 살았다면 맹자라는 이름은 지금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어느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거나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한다면 성장은 물 건너갑니다. 생존마저 위태로워집니다.
새끼가 알 속에서 신호를 보내고, 어미 닭이 바로 호응하는 소통이 필수이듯
줄탁동시, 한쪽이 서두른다고 되지 않고 너무 빨라도 늦어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훌륭한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 청출어람이 되려면 줄탁동시가 바탕입니다.
부모로서, 스승으로서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기회를 주며 자신만의 답을 찾는 과정을 기다려주는 것이 진정한 성장의 밑거름입니다.
스승이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아이 역시 스스로 노력하고 해내는 과정이 없다면 성장은 한계가 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가족이, 훌륭한 인재는 사제가, 발전하는 기업은 노사가 줄탁이 동시에 조화를 이룹니다.
줄탁동시, 자연은 소통과 조화를 가르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