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방송된 새끼 바다거북에 대한 기사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해변에서 새끼 바다거북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바다의 거센 파도에 떠밀려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감은 걸로 추정된다. 놀라운 사실은 새끼 바다거북의 뱃속에는 풍선, 페트병 라벨 등이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이 104개가 있었다. 먹이라고 먹었는데 인간이 버린 쓰레기였다.'
새끼 바다거북이가 알에서 부화하여 바다까지 달려가는 길은 생존을 건 본능입니다. 바다로 무사히 들어가더라도 성인 거북으로 자라는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바다까지 무사히 살아 들어갔는데 천적이 아닌 인간에 의해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기사입니다.
암컷 바다거북은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해안가를 향해 수천, 수만 km를 헤엄쳐서 갑니다. 번식을 위해 고향으로 가는 기나긴 여정입니다. 일부 어미 거북은 도중에 지쳐 바닷속에 알을 낳기도 합니다. 이 경우 알은 천적들에 의해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고 합니다. 바다를 나와 해변가를 엉금엉금 기어 숲이 있는 모래밭으로 알을 낳을 곳을 찾습니다. 친척의 눈에 잘 띄지 않아야 합니다.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기 시작합니다. 한 구덩이에 100-200개씩 낳습니다. 어미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미는 단순히 알만 낳고 가는 줄만 알았는데 여기에도 심오한 모성애가 숨어 있었습니다.
구덩이에서 해변가까지 너무 멀지 않아야 합니다. 너무 멀면 새끼들이 바다로 가다가 탈진하거나 천척에 먹혀 살아남을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구덩이 깊이는 50cm 정도라고 합니다. 너무 깊게 파면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너무 얇게 파면 새들과 너구리 같은 포식자들의 찾기 쉬운 먹잇감이 됩니다.
알을 낳고 모래를 덮습니다. 알을 보호하고 부화가 잘되는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목적입니다. 모래의 온도는 29.7도라고 합니다. 바다거북의 성비는 이 온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보다 높으면 암컷으로, 낮으면 수컷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알을 한 곳에 100-200개씩 낳는 이유도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한 자연의 이치가 담겨 있습니다.
새끼 거북은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부터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입니다.
어미가 떠난 뒤 알은 2달 동안 부화합니다. 알에서 깨어난 100-200마리의 새끼들은 서로 협력하여 구덩이에서 탈출할 준비를 합니다. 구덩이의 가장 위에 있는 새끼들은 천정을 뚫습니다. 중간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벽을 허물고 맨 밑에 있는 새끼들은 떨어지는 모래를 밟고 다집니다. 1주일 동안 형제들이 힘을 합쳐 두꺼운 모래 지붕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모래를 뚫고 바다를 바라봅니다. 바다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새끼 거북은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인간이 보기에는 엉금엉금 기어가는 것이지만 새끼들은 죽을힘을 다하는 질주입니다. 죽음이 도사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바다새들이 떼를 지어 해안가에서 저절로 굴러오는 먹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요테를 비롯한 육지 포식자들도 이들이 구덩이에서 나오기만 기다립니다. 새끼 바다거북 혼자라면 생존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그러나 한 마리가 튀어나오고 다음 녀석이 바로 튀어나옵니다. 줄지어 몰려나옵니다. 한 구덩이에서 100-200마리, 구덩이는 수 천 개가 있습니다. 한꺼번에 줄줄이 바다를 향해 목숨을 건 돌진을 합니다.
바다를 향해 가다 갈매기, 바다새들의 먹이가 됩니다. 바다새의 긴 부리에 물린 새끼 거북가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그 틈에 형제들은 바다를 향해 뛰어듭니다.
해변가에 도착한 순간 바다새가 새끼 거북을 노립니다. 부리로 물려는 찰나 거센 파도가 새끼 거북을 안고 바다로 데려갑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바다로 무사히 들어갔지만 파도에 떠밀려 해안가로 다시 내몰려 목숨을 잃는 새끼 거북도 있습니다. 바다를 향해 가다 탈진하여 쓰러진 거북도 있습니다.
바다로 무사히 들어간 새끼 거북의 비율은 30%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바다에 들어왔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무시무시한 난관이 버티고 있습니다. 새끼 거북이 파도에 떠밀려 암석으로 내몰리면 게의 먹이가 됩니다. 연약한 새끼는 모든 물고기와 새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꼭 살고 싶어 바다를 향해 왔지만 천적은 어디서나 호시탐탐 새끼 거북을 노리고 있습니다.
결국 알에서 부화한 수 만개의 새끼 바다 거북이 성인 거북으로 생존하는 확률은 1%라고 합니다.
'거북'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 중 하나입니다.
고대 중국 역사를 보면 '거북이'는 미래를 미리 알려주고 신의 뜻을 전달하는 동물로 등장합니다. 갑골문자는 거북이 등에 쓰인 것을 보아 점괘를 알려주는 역할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하늘의 사방을 지키는 신을 4 신이라고 하는데 청룡, 백호, 주작과 함께 현무, 거북이가 등장합니다. 영험함을 가진 동물 중 하나라고 여겼습니다.
오래오래 산다고 하여 거북이는 '장수'의 상징적인 동물입니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 나오듯 거북이는 인내와 끈기력의 표상입니다. 태어남과 동시에 살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합니다. 죽음의 고비를 수십 번 넘습니다. 그래서 거북이의 상징 중 불사(不死)도 있습니다.
코요테, 너구리, 바다새, 갈매기, 바닷속의 수많은 물고기 만이 거북이의 천적이 아니었습니다. 거북이를 영험한 동물로 숭배했던 인간이 이제는 거북이의 천적이 되었습니다.
모래의 온도에 따라 성비가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알에서 부화한 새끼의 대부분이 암컷이라고 합니다. 성인 거북이 되어도 짝짓기를 할 수컷이 없다고 합니다.
2달 동안 사투를 벌여 알을 깨고 나와 온 형제가 힘을 합쳐 모래를 뚫고 바다를 향해 힘차게 갔습니다. 천적을 피해 죽을힘을 다해 달렸는데 바다가 나오지 않습니다. 인간이 만든 인공조명을 바다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착각한 것입니다. 새끼들이 도착한 곳은 해안가가 아닌 숲이나 도시였습니다. 천적은 피했지만 길을 잃고 말라죽기도 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바다로 무사히 들어갔습니다. 천적을 피하며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해파리를 발견하고 먹이인 줄 알고 맛있게 먹었지만 미세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 비닐봉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먹다 생을 마감했습니다.
플라스틱 조각 104개를 먹고 죽은 새끼 거북의 기사를 읽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인간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불사(不死)의 동물을 사(死)하게 했습니다.
거북이는 미래를 알려주는 동물이라고, 신의 뜻을 전달하는 전령이라고 했습니다. 쓰레기를 먹다 죽은 거북이가 '미래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인간이 망한다는 암시를 준 것은 아닌지' 섬뜩한 생각이 듭니다. '지구를 보호하고 환경을 깨끗이 하자', '온난화를 막자'는 거창한 구호와 주장은 오늘도 이어지지만 대부분 인간은 무관심한 게 현실입니다.
새끼 거북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간 바다에서 인간에 의해 목숨을 잃은 새끼 거북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본의 아니게 천적이 된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